[러시아 총선 D-6]푸틴, 野 기선제압 압승 노린다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9시 00분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총선(7일)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통합러시아당이 공산당을 크게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러시아당은 크렘린이 지난해 통합당과 조국당, 전(全)러시아당 등 범여권 정당을 모두 모아 총선에 대비해 결성한 신당.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당적은 없지만 통합러시아당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통합러시아당은 30% 안팎의 지지를 얻어 공산당(15∼20%)을 압도하고 있다. 통합러시아당은 창당과 함께 무소속 의원을 대거 영입해 의석수를 늘려서 현재 의회에서도 원내 1당이 됐다.

반면 95, 99년 총선에서 연거푸 승리했던 공산당은 예상외로 고전하고 있다. 겐나디 주가노프 당수가 두 차례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의회 다수당의 위치에만 안주하다가 세대교체와 당내개혁에 실패해 몰락을 자초했다. 겐나디 셀레즈뇨프 하원의장과 차세대 대권주자인 세르게이 글라지예프 의원이 차례로 탈당해 당세가 위축됐다. 전통적인 지지계층인 노년층을 제외하고는 지지 기반도 줄어들었다. 청년층에서는 ‘낡은 정치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 등 야당에 자금을 지원해 온 최대 재벌 미하일 호도로프스키 유코스 회장의 구속은 올리가르히(과두재벌)에 부정적인 여론을 자극해 오히려 여당과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총선 압승의 기세를 몰아 내년 3월 대선에서도 손쉽게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의회까지 장악한 2기 정권에서는 ‘강력한 러시아 재건’을 목표로 하는 ‘푸틴식 개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23개 정당이 나선 이번 총선은 사실상 양당간의 대결로 치러지고 있다. 양당을 제외하고는 극우성향의 자유민주당과 서구식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우파연합 야블로코 등 3, 4개 정당만이 간신히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50석의 러시아 하원은 50%는 지역구 의원으로 나머지 50%는 비례대표로 구성된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지역구 후보를 분리해서 투표한다. 상원은 총선과 상관없이 89개 지방 정부가 자체적으로 2명씩 선출한 178명의 의원으로 구성된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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