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무역업 장연사장 "공사에 현지인 고용하면…"

  • 입력 2003년 12월 1일 23시 10분


“현재 미국이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력 공급입니다. 전쟁 이후 주민들에게 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전기조차 공급되지 않으니 부담이 되는 거죠. 하지만 자국 기업들이 위험하다고 기피하니 외국 기업에 하청을 주는 겁니다.”

10월부터 이라크 바그다드에 머물고 있는 ㈜서브넥스테크놀러지코리아 장연(張淵·49·사진) 사장은 1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무전기 근로자의 사고 소식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11년째 이라크를 상대로 중고차 판매 등 무역업을 해 온 장 사장은 현재 10여명의 현지인들과 함께 바그다드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이라크인에게 인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 소식을 듣고서도 한국인이 피해를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장 사장은 “한국이 공사를 수주하더라도 현지에서 인력을 고용하면 일자리를 준다는 이미지 때문에 문제없이 일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수십명을 데리고 간 것도 반감을 산 요인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장 사장은 오무전기측이 급하게 공사를 추진하느라 이라크 현지 사정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해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현재 바그다드에는 대사관 직원 5명, 국제협력관 3명, KOTRA 직원 2명, 현대건설 등 각 업체 직원 4명을 포함해 한국인이 14명가량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오무전기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장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면 현지인의 반감을 사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하다”면서 “이라크에 있는 기업인들은 정보교환을 통해 행동지침을 공유하고 있어 큰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최근 정부의 파병 검토 등으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현지인과 가까워진 서브넥스 관계자조차 밤에 외출을 삼가는 등 조심하고 있다.

장 사장은 “이라크인들은 자존심이 강하므로 이라크의 문화를 존중하고 대등한 입장에서 교류하면 호의적으로 지낼 수 있다”면서 “이라크가 못사는 나라라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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