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안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 신경전

  • 입력 2003년 12월 4일 15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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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제네바 구상'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중동평화안을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제네바 구상은 올해 초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내놓은 중동평화 로드맵(단계별 이행안)의 대안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인 및 지식인들이 제시한 비공식 평화안. 팔레스타인인들의 귀향권을 유보하는 대신 이스라엘이 요르단과 서안에서 철군하는 방안으로 중동평화 로드맵보다 구체적이다.

신경전의 발단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 부시 행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제네바 구상 입안자들을 잇따라 만나겠다고 하면서 시작됐다.

파월 장관은 제네바 구상을 주도한 요시 베일린 전 이스라엘 법무장관과 야세르 아베드 라보 전 팔레스타인 공보장관을 5일 워싱턴에서 면담할 예정. 부시 행정부내 대표적 친(親) 이스라엘 인사인 울포위츠 부장관도 이날 이들을 별도로 만난다.

이에 대해 에후드 올머트 이스라엘 부총리는 2일 "파월 장관의 면담은 실수"라고 비난했다. 잘만 쇼발 이스라엘 총리 보좌관도 "미국의 이해와 배치되는 비생산적 노력"이라고 가세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내 좌파 세력이 주도한 제네바 구상을 '아리엘 샤론 총리를 흔들려는 정치 공세'로 보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네바 구상에 관심을 표시하는 이유는 샤론 정권의 대(對) 팔레스타인 강경책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AP 통신은 분석했다. 2005년까지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목표로 하는 중동평화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 정착촌을 건설하고 보안벽을 설치하면서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해 왔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3일 "부시 대통령은 국무장관의 업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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