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바시 요이치 칼럼]한국과 일본의 ‘派兵고민’

  • 입력 2003년 12월 4일 18시 35분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은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문제로 정신이 없다. 여론조사를 보면 70∼80%의 국민이 파견에 반대한다.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정권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이미 파견한 700명에 더해 3000명을 증파할 방침이지만 한국에서도 국민의 70∼80%가 반대다.

일본 외교관 2명과 한국 기술자 2명이 이라크에서 피살됐다. 두 정상 모두 “테러에는 굴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지는 토착 게릴라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쪽 모두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 내년 봄, 일본은 여름에 선거가 있다.

하지만 파병 찬반론의 역학이나 방향은 다르다.

△일본에서는 야당이 파병에 반대하지만 한국은 야당(특히 한나라당)이 찬성하고 정권을 몰아붙이고 있다(한국 여당의 한 정치인은 “추가 파병은 야당에 떼밀려 결정하는 형태가 좋다. 그래야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나이가 많은 층의 반대가 강하지만 한국은 젊은층이 반대세력의 주류다. 양쪽 모두 전쟁 경험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세대가 반대. 한국에서는 6·25전쟁 경험 세대가 지지. 한국 중장년층은 ‘파병이 한미동맹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다.

△일본 방위 당국에서는 육상자위대 파견에 대해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 국방 당국은 처음부터 적극론을 펴고 있다. “이라크행을 지원하는 병사가 쇄도해 경쟁률이 11 대 1에 이른다”고 국방 관계자는 말했다.

양국 모두 파병의 최대 이유는 미국과의 동맹관계 유지다. 그러나 한국 쪽이 이점을 보다 명확히 강조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에선 과거 5년간 반미감정이 축적됐다. 자연히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시각이 차가워지고 있다. 이라크 파병은 그런 점들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혹시 미국이 이라크에서 실패해 철수하는 상황이 되면 큰일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미국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 따돌림을 당하지 않고 대북 억지력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파병 목적은 매우 구체적이다. 한국은 ‘신뢰를 주는 동맹국’임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미국은 일본에는 불만을 표시하지 않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처음에 미국이 요구한 것은 약 1만명의 경보병 사단이었다. 최근 방한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내심 ‘왜 3000명인가’라는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일본은 자위대를 ‘군대’로 파견하는 것이 어렵지만 한국은 당당히 군대를 보낼 수 있다. 3000명 중 1600명은 게릴라 세력과 싸울 임무와 능력을 갖춘 특수부대일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부대를 보내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에게 폐가 된다”고 정부 당국자는 말했다.

자기 자신은 스스로 지킨다는 기개인 것이다. 국회 내에서는 5000명의 추가 파병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자기완결형 ‘자위(自衛)’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스스로 조달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우선 인텔리전스(정보)다. “그게 가장 큰 약점이다. 이것만은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은 말했다.

또 하나, ‘출구 전략’을 스스로 짤 수 없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철수할 것인지 결정하는 게 불가능하다. 차 실장은 이 점도 인정했다.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니까…. 미국과 밀접하게 연계하면서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은 일본의 파병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파병하는 일본과 파병하지 않는 일본 중 어느 쪽을 바람직하게 여길까.

한나라당 이경재(李敬在)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일본도 자위대를 보내 세계평화를 위해 공헌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지금까지의 한일관계에 비춰 보면 일본의 파병이 평화헌법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나는 그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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