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수주의자들의 우상인 레이건 전 대통령을 10센트 동전의 주인공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은 CBS TV가 최근 레이건 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레이건가(家)’를 방영하려 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마크 소더 공화당 하원의원(인디애나) 등 89명의 의원은 ‘로널드 레이건 10센트’ 법안을 만들어 지지자를 모으고 있다.
현재 10센트 동전에는 레이건 전 대통령과 가장 대비되는 자유주의자들의 우상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레이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정부 기능 확대를 상징하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뉴딜정책이 과거 수십년의 정책을 대표했다면 레이건 전 대통령의 보수주의와 반공주의는 현 미국 사회를 열었다”며 ‘동전에서부터의 인물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대는 거세다. 이들은 “1930년대의 역사적 대공황을 극복한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대담한 리더십’을 대표하는 인물로 미국인에게 자신감을 회복하게 해준 인물”이라고 맞서고 있다.
짐 맥거번 민주당 하원의원은 “레이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진정으로 위대한 인간에 대한 기억을 최소화하고 역사를 지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발끈한 데는 역사적 배경도 작용하고 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소아마비 퇴치 재단을 창설했고, 이 재단의 기금 모금을 위해 나온 아이디어가 ‘10센트 대행진(March of Dimes)’이라는 캠페인이었던 것. 미국인들이 백악관에 보낸 10센트 동전으로 2500만달러의 기금이 조성됐고 루스벨트 전 대통령 사망 다음해인 1946년부터 10센트 주화에 그의 얼굴을 새겼다.
칼럼니스트 엘리스 헤니컨이 ‘수많은 동전과 지폐 가운데 왜 하필이면 10센트 동전에 레이건 전 대통령의 얼굴을 새겨 넣으려고 하느냐’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그는 레이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국 정치에 수십년 동안 영향을 미친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레이건 전 대통령은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어 가타부타 말이 없다. 그러나 부인 낸시 여사는 5일 “뜻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제안을 지지하지 않으며 로니(레이건 전 대통령의 애칭) 역시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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