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CE의 브루스 조지 인권·민주위원장은 “서방측 참관인단은 공통적으로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 원칙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스콧 매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미국은 이번 선거의 공정성에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으며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행정력이 광범위하게 여당을 위해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참패한 공산당의 겐나디 주가노프 당수는 “이번 선거는 부끄러운 희극이며 역겨운 쇼였다”고 비난했다. TV의 편파보도에 분노한 주가노프 당수는 선거 이후 방송인터뷰를 모두 거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총선은 공정하고 공개적으로 치러졌으며 러시아 민주주의를 크게 강화시킨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반박했다.
인테르팍스통신은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 미국이 그 같은 언급(러시아에 대한 비난)을 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불공정 논란의 핵심은 TV 편파보도=광활한 영토에 유권자들이 흩어져 사는 러시아에서는 선거운동을 미디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특히 TV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TV방송은 선거 당일 여당 지도자들의 투표 장면만을 보여줄 정도로 편파적으로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TV가 야당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교묘히 확산시키는 흑색선전을 했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주가노프 당수의 고향 마을에 있는 버려진 레닌 동상 위에 누군가가 레닌 대신 주가노프 당수의 두상을 올려놓은 것을 TV가 반복해서 보여준 것이 대표적 사례. 주가노프 당수와 공산당을 희화화한 것이다.
OSCE 참관단도 TV방송이 야당에 불리한 선거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이것이 투표결과를 전반적으로 왜곡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노골적인 편파보도가 가능했던 것은 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방송구조 때문이다. 러시아 3대 전국방송은 형식상 2개 관영방송과 1개 민영방송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2001년 민영 NTV의 경영권이 국영가스공사로 넘어가면서 사실상 3대 전국방송이 모두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실정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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