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음악의 정수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피아니스트 루벤 곤살레스(사진)가 8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향년 84세.
곤살레스의 부인 에네이다 리마는 “몇 달 동안 심하게 앓던 남편이 집에서 조용히 숨을 거뒀다”며 “병원에 가길 극구 거부했었다”고 말했다. 곤살레스는 최근 관절염 폐질환 신장염 등 만성질환을 앓아 왔다.
1919년 쿠바 산타클라라에서 태어난 그는 1934년 시엔푸에고스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공부했다. 졸업 뒤 의과대학에 진학한 그는 낮에는 의사로 밤에는 연주가로 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쿠바 음악 ‘손(son)’에 매료되면서 1941년 전업 연주가로 나섰다.
이후 그는 손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천재적 쿠바 음악가 아르세니오 로드리게스와 함께 앨범을 내는 등 40년대 쿠바 음악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손’은 관능적인 아프리카 리듬에 카리브해의 서정적 선율이 어우러진 쿠바 음악의 한 장르.
로드리게스는 1960년대 초 ‘차차차’의 창시자 엔리케 호린과 함께 활동했으며 호린의 죽음 이후 밴드를 이끌기도 했지만 곧 은퇴했다.
집에 있던 피아노조차 없앴던 그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것은 1997년. 미국인 프로듀서 라이 쿠더가 콤파이 세군도(7월에 95세로 사망) 이브라힘 페레 등 30∼4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쿠바혁명 이후 뿔뿔이 흩어진 이들 ‘손’ 음악의 대가들을 규합해 앨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낸 것.
이 노장들이 50년대식 스튜디오에서 단 6일 만에 라이브로 녹음한 앨범은 전 세계에서 500만장 이상 팔렸고 그래미상 수상과 카네기홀 공연으로 이어졌다. 이들의 이야기는 독일 감독 빔 벤더스의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으로도 소개됐다. 곤살레스는 2001년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내한 공연 당시 한국을 찾았으며 지난해 멕시코 공연 이후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사실상 활동을 중단해 왔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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