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포 김학현씨(67). 그는 최근 배달국무연구원 김재일 원장(67·경기도 검도협회장)의 초대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
4대째 전통무예 수박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김씨는 함경남도 단천 출신. 부친이 일제강점기에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이주하는 바람에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현에서 태어나 자랐다. 김씨가 수박을 배운 것은 스무살 때 셋째형 학천씨로부터였다고.
발차기가 많은 태권도와는 달리 주로 손을 쓰지만 상대를 잡거나 안아 쓰러뜨려서는 안 되는 수박은 고려와 조선조 무술 훈련의 기본기. TV 드라마 ‘무인시대’에 등장하는 고려 장수 두경승과 이의민이 수박의 명인이라는 기록이 ‘고려사 열전’에 나온다.
95년까지 지린성 조선족자치구 문화관장을 지낸 김씨는 평생을 전통음악인 민가와 농악, 그리고 수박 전수에 힘을 쏟았다. 90년엔 중국 정부 주최로 열린 소수민족문예 콩쿠르에서 형과 함께 수박을 선보여 특별상을 받았다.
김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수박을 전수해 주고 싶었지만 아직 제자를 찾지 못했다.
“중국에서 쿵후나 우슈 등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소수민족의 무예인 수박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고요. 동포인 조선족 사람들은 먹고살기에 급급하다보니 배울 엄두도 못 내고….”
그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김씨를 찾아낸 사람은 대한수박협회 송준호 전무이사(35). 그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통 수박 원형을 보존해 온 부친 송창열씨(69)에 이어 수박 전수를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송씨는 우연히 만주에 수박 원형을 보유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올여름 무작정 길을 떠나 김씨를 찾아냈다.
김씨는 입국한 뒤 여러 곳에서 수박 시범을 보였고 전수를 위한 비디오 촬영도 했다. 정통 검법서인 ‘조선세법’을 펴내고 국내 최초로 ‘수박론’ 논문을 써낸 김재일 원장은 이 녹화자료를 토대로 수박을 집대성한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김씨는 “수박은 우리 집안의 가보이자 우리 민족의 전통 무예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에서 수박에 관심을 기울이고 계승 보급하려는 운동이 벌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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