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만 독립투표 반대”…中 손들어 줘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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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은 광범한 영역에서의 공동 이익을 확인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회담의 성과가 대단히 컸다”고 자평했다.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대만의 국민투표에 반대한다는 최고 수준의 언급을 이끌어낸 데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대신 원 총리는 양국간 무역마찰 등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임으로써 부시 대통령을 만족시켰다.

한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최근 양안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이 대만해협에 하와이의 7함대 소속 정보수집함 등 20여척의 각종 첩보함을 배치해 중국과 대만의 군사동향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폐기=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중국이건 대만이건) 어느 한 쪽이 대만의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를 반대한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대만 지도자들이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회담을 하루 앞둔 백악관 사전 브리핑에서 “대만이 내년 3월 중국의 미사일 철거를 요구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언급한 데서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이 수년간 양안 문제에 대해 취해온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그동안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잇달아 천명하면서도 대만과의 군사 교류를 강화하는 등 애매한 태도를 취해 왔다.

그러나 최근 대만의 독립 움직임과 관련해 양안 갈등이 고조되고 자칫 미국이 휩쓸려들 수 있는 상황이 되자 대만해협의 안정을 위해 명확한 정책을 밝히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통상 문제는 타협으로=“나는 무역전쟁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양국간 무역문제는 전략적 안목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원 총리는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 전날인 8일 미 은행가협회 주최 오찬 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중국산 일부 섬유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와 컬러TV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등으로 빚어진 양국간 무역 마찰을 보복보다는 타협으로 풀겠다는 뜻이다.

원 총리는 이어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국은 무역 역조와 인민폐 환율시스템 및 지적재산권 보호 등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알고 있다”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500억달러에 가까운 대미 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우이(吳儀) 중국 부총리와 돈 에번스 미 상무장관을 대표로 하는 ‘중-미 고위급 통상협의회’를 창설해 내년 봄 1차 회의를 가질 것을 제안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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