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씨는 지난해 6월 러시아 중부 블라디미르주(州)에 있는 여자교도소를 찾았다가 40여명의 어린이들이 재소자들과 함께 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임신한 상태에서 수감된 재소자들이 교도소에서 출산한 아이들.
민씨는 아이들이 교도소에서 자라다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도 엄마가 출소하지 못하면 보육원으로 옮겨진다는 설명을 듣고는 더욱 가슴이 아팠다.
‘엄마가 지은 죄’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서 크는 어린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민씨는 한국적십자사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도움을 받고 사재도 털어서 어린이들을 돕기 시작했다. 올해는 1만3000달러를 들여 위생시설이 형편없던 취사장을 새로 지어 주었다.
외국대사 부인이 이례적으로 직접 교도소를 방문하고 돕겠다고 나서자 처음에는 의아해 하던 교도소 당국도 이제는 민씨의 진심을 이해한다.
모스크바를 떠날 때까지 이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민씨는 “대부분 20, 30대 젊은 여성인 재소자 1500명 중 성병이나 에이즈 환자가 많지만 치료약이 충분치 않아 안타깝다”며 국내 제약회사의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민씨는 정 대사가 1993년 카이로 총영사로 재직할 때도 이집트의 부랑아 돕기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그 인연으로 당시 한국과 이집트가 공식 수교를 하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외교사절 부인 중 유일하게 대통령 부인인 수잔 무바라크 여사를 면담하기도 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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