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생포]지하2m 참호 숨어있다 순순히 투항

  • 입력 2003년 12월 14일 2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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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8시반경(한국시간 14일 오전 2시반). 미군 600명과 연합군 특수부대 병사들이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에서 약 16km 떨어진 아드와르의 외딴 농가를 포위했다. 민간인 복장을 한 일부 특수요원들은 이미 이곳에 투입된 상태. 오후 8시반 농가를 급습한 특수부대원들은 어두운 지하실에서 수염을 어지럽게 기른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을 발견했다.

▽작전명 ‘붉은 여명’=후세인 전 대통령 검거 작전에는 미군 4보병사단과 연합군 특수부대원들이 동원됐다. 이들의 임무는 후세인을 생포하거나 사살하는 것이었다.

이날 오전 10시50분경, 미군은 후세인이 숨어 있는 곳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입수했다. 이 정보에 따라 두 곳의 목표지점을 급습하기로 했으며 각 지점을 일컫는 암호명은 ‘오소리(wolverine) 1’과 ‘오소리 2’로 정해졌다.

‘붉은 여명(Red Dawn)’으로 명명된 기습 작전에서는 총은 한 발도 발사되지 않았다. 연합군의 피해도 없었다. 후세인 전 대통령은 저항하지 않았다.

후세인 전 대통령의 은신처에 대한 정보를 누가 제공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그의 둘째부인이며 현재 레바논에 은신 중인 사미라 샤반다르가 남편 소재에 대한 정보를 넘겼다는 보도가 일부 나오고 있다. 후세인 전 대통령과는 노선이 다른 이라크 저항 세력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리카르도 산체스 미군 사령관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몇 달 동안 모든 정보망을 동원해 후세인의 행적을 좁혀 들어갔다”고 말했다.

미군이 종전을 선언하기 전 후세인은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후세인은 지난달까지 6, 7 차례의 육성 테이프를 공개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폴 브리머 이라크 미 군정 최고행정관은 지난달 “후세인 전 대통령은 살아 있으며 그것도 이라크 안에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오리무중이던 후세인 전 대통령의 행방은 7월 두 아들 우다이와 쿠사이가 사살된 무렵, 티크리트 부근으로 범위가 좁혀졌다.

한편 미군은 이라크내 저항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폈다.

지난달 11일과 12일에도 미군은 저항세력의 근거지로 보이는 곳을 폭격해 약 20명을 체포하거나 사살했다. 이를 두고 미군의 강도 높은 공격이 저항세력과 후세인 전 대통령의 비상 교신을 유도해 결과적으로 은신처에 대한 정보를 압축해 줬거나, 혹은 후세인 전 대통령 세력을 무력화함으로써 후세인 전 대통령의 운신 폭을 좁히는 효과를 거두었으리라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거미 구멍 속의 후세인=철권통치를 휘두르던 후세인 전 대통령이 은신했던 곳은 2m 깊이의 참호였다.

미군이 ‘거미 구멍’이라고 표현한 이 참호는 네모난 모양으로 한 사람이 숨기에 딱 맞을 크기였다. 벽돌과 흙으로 입구를 위장했으며 내부에서도 숨을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환기구와 환기팬이 설치되어 있었다.

미군은 검기도 하고 희끗희끗하기도 한 수염이 달린 후세인 전 대통령의 사진을 찍었다. 후세인 전 대통령의 입을 벌리고 혀에서 DNA 검사용 샘플을 채취했다. 또 수염을 제거한 뒤 사진을 찍었다.

DPA통신은 “후세인 전 대통령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으며, 마음만 먹었더라면 자살을 시도할 수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후세인 전 대통령은 참호에서 끌려나올 때 자신이 후세인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후세인 전 대통령은 지친 모습이었지만 건강상태는 양호했다.

후세인 전 대통령의 지하 은신처에는 소총과 권총 몇 자루와 100달러짜리 지폐 75만달러가 있었다. 검거 작전에서는 후세인 전 대통령 외에 2명이 더 붙잡혔다. 이들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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