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효과’는 일일천하(一日天下)로 끝난 것일까.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전날보다 17.99포인트 떨어진 804선까지 내려갔다. 연중 최고치까지 올랐던 증시가 무색할 만큼 시세판은 시퍼렇게 변했다. 결국 11.37포인트 하락한 810.79로 장을 마감했다.
15일 미국 증시가 예상과는 달리 약세를 보인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무조건 오른다”는 뉴욕 증시 전문가들의 장담대로 초반에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다우존스지수는 오히려 사흘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체포 소식의 영향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진 결과다.
‘후세인 효과’의 핵심인 유가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전날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배럴당 14센트 오른 33.18달러에 거래됐다. 중동지역의 정치적 불안이 해소되면서 원유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왜 그랬을까.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후세인이 잡혔지만 대미(對美) 항전이나 테러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량 원유 소비국가로 부상한 중국의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점, 원유 같은 실물 가치를 높이는 달러 약세가 이어지는 점 등으로 봐도 큰 폭의 유가 하락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정치적인 상징성 외에 실제 상황에 변화를 가져올 만한 요인은 적다는 것. 이를 알아챈 미국 증시는 호재를 단 하루도 반영하지 않을 만큼 냉정하게 반응했다.
반면 15일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아시아 증시 오름세는 “기대감이 너무 컸다. 흥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시에 16일 급락에 대해서도 역시 ‘오버 액션(over-action)’이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미국 증시가 ‘후세인 효과’로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의 결과가 예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정반대 과민반응을 보였다는 것.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어느 때는 놀랍도록 현명하다 싶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정말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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