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연달아 중국을 들먹인 이유는 독특한 축구문화 때문. 한두 경기 성적만 부진해도 당장 감독 목이 잘리는 곳이 중국이다. 그래서 ‘감독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이런 살벌한 판에서 이 감독은 살아남았다. 중국으로 간 첫해 2부 리그 탈락 위기에 처한 충칭 리판을 맡아 이듬해 정규리그 4위로 도약시킨 뒤 2000년엔 중국축구협회(FA)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2001년엔 연봉 6억원의 특A급 대우를 받으며 칭다오 이중팀으로 옮겨 이듬해 다시 FA컵 정상에 올려놓았다.
그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외국인 지도자 가운데 한 명. 중국 언론은 그를 ‘강한 남자’로 부른다. 5년 동안 두 차례나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으니 그럴 수밖에…. 그러나 정작 중국인들이 이 감독을 좋아한 이유는 그의 의리 때문이라고. 숱한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며 팀과 선수들을 지킨 게 중국팬들을 감동시켰던 것.
중국축구엔 뿌리 깊은 공한증(恐韓症)이 있다. 지난 25년 동안 한 번도 한국을 이기지 못한 까닭을 그는 어떻게 볼까.
“중국축구의 실력이 뒤져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심리적 요인이 더 큽니다. 지금 중국은 축구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어요. 이대로라면 5, 6년 뒤엔 한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봅니다. 방심하면 안 됩니다.”
경남 함안 출신인 이 감독은 영남상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뒤 대우와 유공에서 선수로 뛰었고 일화 코치와 감독(97년)을 역임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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