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달 7일 총선에서 참패한 공산당 등 야당은 “이런 상황에서는 내년 3월 대선도 하나마나”라고 반발하며 ‘대선 보이콧 불사’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국민과의 대화=푸틴 대통령은 18일 러시아방송과 1TV를 통해 2시간50분 동안 전국에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국정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듣고 주요 현안을 직접 설명하고 설득하겠다는 것. 사전에 우편과 e메일로 받거나 즉석에서 전화로 받은 100만여개의 질문 중 69개를 골라 대통령이 직접 답변했다.
질문 내용은 연금 인상 등 민생 문제에서부터 이라크 사태 같은 국제 문제까지 다양했다. 대통령 가족의 애견에 대한 질문도 있었고 10대인 두 딸 마리아와 예카테리나가 지나치게 인터넷 채팅에 빠지자 부인 루드밀라 여사가 컴퓨터에 암호를 걸어놓았다는 얘기도 소개했다. 이 때문에 인간적인 매력과 친근함을 교묘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각본’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게다가 이 자리에서 대선 출마를 처음으로 선언한 것은 대통령직을 이용한 사실상의 사전 선거 운동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야당, “대선 거부하겠다”=관영방송의 편파 보도로 총선이 불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반발하고 있는 야당은 대선 보이콧 운동에 들어갈 태세다. 총선과 비슷한 상황에서 대선이 진행되면 결과는 뻔하다는 것이다.
총선 결과에 불복해 국제인권재판소 제소까지 검토 중인 공산당은 25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대선 거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기권 운동을 벌여 투표율을 50% 이하로 낮춤으로써 선거 자체를 무효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우파연합도 선거 거부에 공조할 움직임이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3선을 위한 개헌을 추진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파연합의 파벨 크라셴니코프 의원이 탈당해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에 합류하는 등 ‘의원 빼가기’가 시작됐다는 의혹이 일면서 야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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