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WMD포기]시리아 - 이란 선택의 기로에

  • 입력 2003년 12월 22일 18시 18분


리비아가 19일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선언한 데 이어 슈크리 무하마드 가님 리비아 총리는 22일 불시 사찰을 받아들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부속의정서에도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리비아의 ‘선택’은 중동의 정치 지형도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리비아가 19일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선언한 데 이어 슈크리 무하마드 가님 리비아 총리는 22일 불시 사찰을 받아들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부속의정서에도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르면 다음주부터 리비아에 대한 핵사찰에 나서기로 했다. 리비아의 ‘선택’은 중동의 정치 지형도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WMD 확산방지와 대 테러전에 동참하는 중동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시리아처럼 동참을 거부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압박과 제재를 가하는 ‘양동 작전’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강온전략은 부시 대통령의 중동평화 로드맵(단계적 이행안)을 거부하고 있는 이스라엘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중동국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중동 국가들의 불만=이집트 등 아랍 국가들은 리비아의 선언에 겉으로 환영을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군사적 이점을 확보하게 된 데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집트의 알아흐람 정치전략연구소(ACPSS) 모하메드 알사이드 부소장은 “리비아는 전체 중동 국가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면서 “좋아진 것은 이스라엘뿐”이라고 평가했다.

시리아의 정치평론가 이마드 알슈아이비도 “리비아는 미국의 중동정책에 대해 외교적 압박카드로 사용할 수 있었던 사안을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파괴하기 위해 군사공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이슬람권의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했다.

▽시리아의 선택은?=가장 다급한 나라는 시리아.

ACPSS 디아 라시완 연구원은 “리비아는 이번 선언으로 시리아를 난감하게 만들었다”며 “하지만 골란고원 반환문제를 놓고 이스라엘과 대치 관계인 시리아가 리비아처럼 일방적으로 포기선언을 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예상했다.

이라크전쟁 이후 미국은 시리아에 대해 생화학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왔다. 더욱이 미국 의회는 이달 12일 시리아 제재법을 승인했다.

미국의 국제문제 분석가 주디스 키퍼는 “시리아는 이제 미군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아는 미국과의 알력을 푸는 데 외교적 방식을 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시리아가 최근 이라크 범죄 용의자를 연합군에 인도하고 이라크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등 연합군에 협력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주목받는 이란=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22일 리비아의 방식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는 이란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은 오랫동안 비밀리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지만 18일 NPT 부속의정서에 서명한 상태다.

미국과 영국 등은 이란도 리비아의 선례처럼 외교적으로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해결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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