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영국 정부가 88년 광우병에 걸린 소를 모두 도살 처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유럽은 광우병 파동에 휩싸였다. 영국은 89년 소의 뇌와 등골 등 특정 부위를 식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은 같은 해 광우병이 발생한 국가로부터 살아있는 반추동물의 수입을 중단했다. 이듬해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영국산 소의 수입을 불허했다. 93년 12월 광우병이 캐나다에서도 발생했지만 캐나다 당국은 이 소가 87년 영국에서 수입됐다고 밝혔다.
▽사람에도 전염=광우병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한 시점은 96년. 이해 3월 영국은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영국 정부는 이때까지 ‘인간 감염설’을 줄곧 부인해왔다.
같은 해 8월 영국은 당시 20세의 남자가 어릴 때 먹었던 쇠고기 햄버거로 인해 인간 광우병에 감염돼 숨졌다고 판정했다. 지금까지 ‘인간 광우병(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에 걸려 숨진 것으로 판정된 사람은 143명.
인간 감염설은 세계 각국에 큰 파문을 일으켜 일본이 영국산 쇠고기 관련 식품을 수입 중단 조치했고 이어 세계적 햄버거업체인 맥도널드사가 영국 내 점포에서 영국산 쇠고기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EU도 영국산 쇠고기와 쇠고기 관련 제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관련 업계 치명타=광우병은 쇠고기 수출과 판매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영국은 96년 30개월 이상 된 소 중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개연성이 높은 소 8만여마리를 도살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영국에서는 370만마리의 소가 도살 처리됐다.
소의 수출입 문제는 영국과 EU간에 정치적 공방으로 비화됐다. 영국산 쇠고기의 수출 금지는 3년반 만에야 해제됐다.
올해 5월 캐나다에서 93년 이후 처음으로 광우병 양성반응을 보인 소가 발견됐다. 미국과 호주 일본 한국 대만 멕시코 등이 줄줄이 캐나다산 소의 수입을 중단했다. 캐나다 축산업계는 이로 인해 하루 800만달러(약 9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광우병 의심 소식이 알려진 23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맥도널드 주가가 4.2% 하락한 데 이어 24일에도 개장 초 한때 8.19% 떨어지는 등 큰 폭으로 빠졌다. 미국은 쇠고기의 10%를 수출하고 있어 최대 수입국인 일본을 비롯한 각국의 수입 중단이 계속될 경우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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