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는 매년 말 작가, 학자 등 자기주장이 뚜렷한 각계 인물들에게 ‘올해 가장 과대평가된 것과 과소평과된 것’에 관해 설문 조사해 발표한다.
설문을 받은 사람이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기 때문에 응답 내용은 ‘명품 초콜릿’이나 ‘과도한 화장’부터 종교, 돈까지 다양했다.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 교수는 가장 큰 과대평가 대상으로 미국을 꼽았다. 그는 “미국인들은 스스로가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게리맨더링(당리당략에 의한 선거구 획정)이 횡행하고 소수파 정당에 불리한 선거제도를 가진 곳이 바로 미국”이라고 꼬집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인들은 또 가장 자유로운 국가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통령이 시민을 2년 가까이 구금하면서 변호사와 이야기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곳이 또한 미국”이라고 덧붙였다.
신보수주의(네오콘)의 대부로 알려진 스트라우스 교수의 사상도 과대평가된 것으로 꼽혔다. 정치평론가 데이비드 그린버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갑자기 스트라우스 교수의 탓이나 공으로 돌리는 풍조가 유행했으나 사실 그는 국제분쟁에 관해 연구하는 지정학과는 관계가 없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이라크 전쟁을 배후 주도한 세력은 지식인이 아니라 조지 W 부시, 딕 체니, 도널드 럼즈펠드 등 ‘정치적 동물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밖에 기독교 등 유일신 종교는 “우리가 옳으면 다른 사람들은 악”이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과대평가 대상으로 꼽혔다. 또 세계에서 제일 부유한 국가에서조차 교육, 의료, 주택 등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림의 떡이라는 점에서 ‘자본주의’도 과대평가된 것 중 하나로 지적됐다.
반면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과소평가됐다는 의견이 있었다. 올해 국민총생산과 국민의 행복이 비례하지 않는다며 돈과 행복을 연결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데 따른 결과이다.
하지만 코넬대 로버트 프랭크 교수는 “충분히 돈을 갖는 것은 삶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정직’이 올해 미국에서 과소 평가됐다는 자성도 있었다. 이라크전쟁이나 민주 공화 양당간의 공방이 치열했던 의료개혁안인 메디케어(medicare)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정직한 논의가 ‘비애국적’이라거나 ‘정치적’이라고 치부된 한 해였다는 이유에서다.
‘여가 활동’도 미국인들에게 과소평가됐다. 미국인들이 유럽인들보다 연간 350시간을 더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힙합의 정치학’도 과소평가된 주제로 평가했다. ‘힙합 세대’의 저자 바카리 키트와나는 “대통령 후보들이 젊은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힙합을 이용하는가 하면 일부 힙합 CD들은 하룻밤에 수백만장이 팔려나간다”면서 “힙합 운동이 선거와 연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예상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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