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들 “이젠 우리 상표 쓴다”…美-日 브랜드 잇단 인수

  • 입력 2003년 12월 28일 19시 03분


중국 기업들이 유명 해외 브랜드 제품을 하청 생산하던 데서 벗어나 브랜드 자체를 인수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최근 보도했다. 또 외자 유치에만 힘을 쏟는 것이 아니라 외국기업 사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테크트로닉 인더스트리는 미국 로열 어플라이언스의 진공청소기 제품 ‘더트 데블스’를 하청 생산해 왔다. 올해 테크트로닉은 더트 데블스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생산’만 하던 업체에서 마케팅, 제품 기획까지 하는 종합 마케팅 및 제조업체로 탈바꿈했다. 이 회사는 또 유사제품을 만드는 미국의 홈라이트와 영국의 백스 브랜드까지 인수했다.

역시 중국계 기업인 그랜드홀딩스는 일본 가전업체들로부터 나카미치, 아카이, 산스이 등 3개의 브랜드를 인수했다.

WSJ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중간 규모의 기업들은 값이 싼 중국 제품에 밀려 도산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많고, 중국 기업들은 낮은 원가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로도 경쟁력을 갖고자 하기 때문에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나아가 “30여년간 서양과 아시아 사이에 형성됐던 국제 분업의 형태가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까지 예상했다.

중국 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자금여력이 풍부한 데다 정부가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자 활발히 외국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자동차 등 대규모 업종이 중심이며, 투자 수익보다는 선진 기술 습득이 초점이다.

중국 최대 전력회사인 화넝 그룹은 최근 호주 전력회사 오스젠의 지분 50%를 인수했으며, 석유화학 업체인 란싱 그룹도 한국의 쌍용자동차 인수에 나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의 외국기업 사냥이 경기과열에 따른 거품현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 경기가 꺼지면 해외 영업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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