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의 고등학교 교장인 웨인 조지프(50·사진)가 주인공. 그는 최근 DNA 검사로 혈통을 분석해 준다는 TV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혈액 샘플을 보냈다.
몇 주 뒤 날아온 검사 결과표에는 놀랍게도 그의 혈통이 ‘인도-유럽계 57%, 미국 인디언계 39%, 동아시아계 4%, 아프리카계 0%’로 나왔다.
출생신고서 인종란에 흑인으로 적혀 있고, 평생을 선조가 아프리카에서 건너 온 것으로 믿었던 조지프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흑인이었기 때문에 놀림 받고, 차별 받았던 숱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만일 인종이 달랐더라면 그의 인생에서 선택의 폭은 더 넓었을 터였다.
조지프씨 집안은 크리올 혈통(유럽계 흑인 혼혈)으로 알려져 왔다. 이 혈통이 아프리카 후예라는 증거는 없지만 그가 자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의 보수적인 마을 사람들은 피부색이 거무스름한 이 혈통을 별 의문 없이 흑인으로 취급했다.
ABC 방송은 조지프씨의 일로 미국 사회의 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조지프씨의 DNA 검사를 했던 플로리다의 ‘DNA프린트 지노믹스’사의 공동설립자 토니 프루다카스는 “유럽계 미국인 가운데 5%가량은 아프리카 선조의 피가 섞여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백인이라고 알고 있는 미국인 중에도 20명 중 1명은 아프리카 흑인의 피가 섞여 있다는 뜻.
이 방송이 나간 뒤 ‘DNA프린트 지노믹스’사에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비난 메일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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