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0대교장 DNA검사 인도-유럽계 판정 충격

  • 입력 2003년 12월 29일 18시 44분


인종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는 미국에서 50년이나 흑인으로 살아온 사람이 사실은 자신이 흑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ABC 방송이 29일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의 고등학교 교장인 웨인 조지프(50·사진)가 주인공. 그는 최근 DNA 검사로 혈통을 분석해 준다는 TV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혈액 샘플을 보냈다.

몇 주 뒤 날아온 검사 결과표에는 놀랍게도 그의 혈통이 ‘인도-유럽계 57%, 미국 인디언계 39%, 동아시아계 4%, 아프리카계 0%’로 나왔다.

출생신고서 인종란에 흑인으로 적혀 있고, 평생을 선조가 아프리카에서 건너 온 것으로 믿었던 조지프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흑인이었기 때문에 놀림 받고, 차별 받았던 숱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만일 인종이 달랐더라면 그의 인생에서 선택의 폭은 더 넓었을 터였다.

조지프씨 집안은 크리올 혈통(유럽계 흑인 혼혈)으로 알려져 왔다. 이 혈통이 아프리카 후예라는 증거는 없지만 그가 자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의 보수적인 마을 사람들은 피부색이 거무스름한 이 혈통을 별 의문 없이 흑인으로 취급했다.

ABC 방송은 조지프씨의 일로 미국 사회의 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조지프씨의 DNA 검사를 했던 플로리다의 ‘DNA프린트 지노믹스’사의 공동설립자 토니 프루다카스는 “유럽계 미국인 가운데 5%가량은 아프리카 선조의 피가 섞여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백인이라고 알고 있는 미국인 중에도 20명 중 1명은 아프리카 흑인의 피가 섞여 있다는 뜻.

이 방송이 나간 뒤 ‘DNA프린트 지노믹스’사에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비난 메일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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