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 세력의 결집과 지지를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월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계기로 내친 김에 평화헌법 개정까지 이루겠다는 의지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국내용’ 계산은 결과적으로 일본의 대외적 입지를 좁힐 것이라는 점에서 근시안적이다.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반성은커녕 걸핏하면 주변국을 자극하는 일본을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선도국가로 인정해 줄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일본이 가야 할 길을 왜곡 오도하는 고이즈미 총리의 그릇된 처신은 국제사회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우선 올 초 열릴 것으로 기대되던 차기 6자회담이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중일간의 대북(對北) 공조가 이번 일로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과 나머지 5개국간의 중재자 역할을 해 온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목된다.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에 위협을 느낀다는 일본이 스스로 분란을 일으켜 위기 해소를 늦추는 격이 아닌가.
취임 후 4번째인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는 이제 주변국의 항의성명 정도로는 중단시킬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중국이 2002년 신사참배를 계기로 고이즈미 총리의 자국 방문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정부도 행동으로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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