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공포' 재연되나

  • 입력 2004년 1월 6일 14시 12분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진성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가 확인됨에 따라 1년전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사스 공포가 재차 엄습할 조짐이다. 사스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데 그치지 않고 경제에도 큰 주름살을 안기는 신종 전염병이다.

▽1년만에 귀환?=사스는 지난해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처음 발생했다. 당시에는 정확한 이름이 붙여지지 않아 '괴질(怪疾)'이라고 불렀다. 사스도 정확한 병명이라기보다 임상증상을 포괄해서 붙인 용어에 불과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광둥성 TV 프로듀서(32) 사스 환자는 '고립된 하나의 사례'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WHO 이아인 심슨 대변인은 "이 프로듀서와 접촉했던 25명을 그동안 관찰했지만 사스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해에도 광둥성에서 2명의 사스 환자가 발견된 뒤 20~30일 지나서 환자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결국 지난해 7월까지 전세계 8000여명이 감염됐고 이중 약 8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응은 달라져=일단 중국의 대응자세가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중국은 사스 발생 자체를 은폐하고 있다는 국제적 지적을 받을 정도였다. 사스가 급속히 확산되자 뒤늦게 중국은 베이징 시장을 해임하고 공개 대처에 나섰다.

올해에는 WHO에 앞서 환자 발생을 시인했고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것으로 지목된 광둥성의 사향고양이 도살에도 착수했다. 야생동물 거래시장을 폐쇄하고 이들을 재료로 한 음식점 영업도 차단시키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WHO도 문제의 프로듀서와 접촉했던 25명이 사스에 걸리지 않았던 이유를 조사하는 중이다. WHO는 지난해 7월 사스 방역이 종료된 이후 13개 국가 및 지역 연구소에 네트워크를 구성해 조기 대응체제를 구축했다.

▽경제 주름살 우려=사스가 지난해처럼 확산될 경우 업계에 상당한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항공업과 여행업 호텔업을 중심으로 300억달러(약 35조865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사스가 한창이던 지난해 4월 홍콩의 호텔 예약률은 예년 82%에서 15%로 뚝 떨어졌고 싱가포르의 관광객도 전년 동기보다 70%나 줄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제조업체들도 지난해 6월까지 20억달러(약 2조391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산업자원부가 집계했다.

사스 발생이 주기화할 경우 사스 빈발지역으로 지목되는 곳은 투자 대상지역에서 제외돼 경제발전에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각국이 사스 환자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공항과 항만에서부터 체온검사 등을 강화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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