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국가 미국이 경찰국가 됐나”…美 입국자 지문채취 반발

  • 입력 2004년 1월 6일 18시 46분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지문채취 및 사진촬영이 5일 미국 115개 공항과 14개 항구에서 일제히 시행됐다.

대부분의 승객이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데 동의했지만 반발도 적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들은 6일 전했다. 항공업계는 이번 조치로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승객들 “협조는 하지만…”=이날 입국심사 시간이 늘어난 데 따른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국이 신년 휴가철을 피해 시행시기를 늦춘 탓도 있다.

그러나 일부 승객들은 짜증을 내거나 모욕감을 토로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6일 전했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으로 입국한 한국인 김모씨(30·미시간대 재학)는 “나를 범죄자로 의심한다는 생각이 들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한 은행가는 “미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던 국가를 경찰국가로 만들고 있다”면서 “미국의 조치는 비유럽 인종을 차별하기 위한 도구”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비자면제협정을 체결한 서유럽 일본 등 27개국과 특별협정을 맺은 캐나다 방문객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다.

▽전문가들 효율성 의문제기=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테러리스트들의 입국은 제대로 막지 못하면서 무역과 여행만 가로막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제임스 조그비 아랍-미국연구소(AAI) 소장은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지문기록이 없어 차단효과는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이후 테러경계 수준을 ‘오렌지’로 올린 이후 7대의 비행기 운항이 취소되는 등 항공기 보안조치가 강화됐지만 정작 테러리스트 체포 실적은 없어 미국의 정보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고 뉴욕 타임스는 5일 지적했다.

항공사들은 항공여행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하락하면서 매출이 줄어들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6일 전했다. 윌리엄 게일러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대변인은 “여행객들은 항공여행, 특히 미국 여행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승객이 5%만 줄어도 항공업계에는 재앙”이라고 말했다.

▽미국인, 브라질 입국에 9시간=미국의 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브라질 연방법원이 1일부터 미국인 입국자들의 지문을 채취하기로 하면서 5일 리우데자네이루 공항에서는 미국인들의 입국이 9시간이나 지연됐다.

이에 대해 브라질 주재 미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의 조치가 브라질 국민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데 당국이 미국인만을 대상으로 갑자기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브라질 정부는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의식해 5일 각료회의에서 법원 결정을 철회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법원 결정에 대한 찬성 여론이 워낙 거세 결정이 힘든 상황이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8%가 법원 결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국가에서는 “우리도 같은 조치를 실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1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