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바르드나제 전 대통령의 축출을 주도했던 미하일 사카슈빌리 대통령 당선자가 사실상 국정을 장악한 후 본격적인 과거 청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러시아 언론은 10일 “그루지야 신정부가 스위스 정부에 셰바르드나제 정권 요인들의 비밀계좌 추적을 요청해둔 상태”라고 보도했다.
사카슈빌리 당선자는 앞서 “구정권 핵심 인사들이 해외에 은닉한 자산을 동결하기 위해 외국 정부에 협력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소련 국가 중에서도 최빈국인 그루지야의 해외채무가 17억달러에 이르는 것은 셰바르드나제 일가 등의 부정부패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사카슈빌리 정부가 셰바르드나제 전 대통령을 처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셰바르드나제 전 대통령은 시위가 격화되자 강제진압을 포기하고 하야를 선택해 유혈사태를 막았을 뿐 아니라 사캬슈빌리 당선자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나타내는 등 정권 교체에 적극 협력했다. 여전히 일부에서 그루지야 독립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고 구소련 외무장관 시절 냉전 종식에 기여한 공로 때문에 서방에서도 동정과 지지를 받고 있다.
사카슈빌리 당선자를 정계에 입문시키고 30대 초반에 법무장관으로 발탁한 장본인이 셰바르드나제 전 대통령이라는 개인적 인연도 있다. 두 사람은 7일 정교회 성탄절 예배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그루지야 정부가 요청한 계좌 조사 대상에서도 셰바르드나제 전 대통령의 개인 계좌는 일단 제외됐다.
결국 셰바르드나제 전 대통령의 신변 안전은 보장하는 대신 측근들에 대한 비리 조사라는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부정축재 재산 일부를 환수하는 정도로 정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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