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파는 4년 전인 2000년 선거에서 290석 중 210석을 차지해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 의회를 장악해 왔다.
이번 입후보 자격 박탈사태는 개혁파의 의회 진출을 원천 봉쇄하려는 이슬람 보수세력의 정변으로 해석되고 있다.
▽입후보 자격 박탈=이슬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임명한 12명의 혁명수호위원회는 11일 테헤란 지역 의회선거 입후보자 1700명 중 900여명의 후보 자격을 박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는 8145명의 입후보자 중 2000∼4000명이 후보 자격을 박탈당한 것으로 외신들은 추정했다.
외신들은 자격 박탈된 정치인 대부분이 개혁파이며 특히 개혁파 현역 의원 80명도 자격 박탈대상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개혁파의 반발=개혁파는 이번 사건을 ‘쿠데타’라고 부르며 반발하고 있다. 개혁파로 분류되는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은 11일 “이번 결정이 번복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불법적인 자격 박탈에 맞설 수 있는 합법적 방법이 있다”고 경고했다.
압둘라 라메잔자데 정부 대변인은 “어떤 한 기구가 내린 불법 결정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개혁파가 장악하고 있는 내무부가 이번 결정을 무시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고위급 각료 가운데 8명은 결정이 번복되지 않으면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으며 28개 지방정부 주지사 가운데 27명도 사임하겠다는 서한을 대통령에게 보냈다.
의사당을 점거하고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수십 명의 개혁파 의원들은 “선거 자체를 거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향후 전망=정치 분석가인 호세인 라삼은 “이슬람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도 개혁파의 예상치 못한 반발에 놀랐을 것”이라며 “자격이 박탈된 입후보자 가운데 일부가 자격을 회복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후보의 자격이 회복된다고 해도 국민들이 개혁파의 지지부진한 개혁 운동에 크게 실망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가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며 결국 다시 보수파에 권력이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보는 의견도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이란 혁명수호위원회 ▼
의회가 만드는 법안이 이슬람법과 헌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심사하는 상원과 같은 기구. 이슬람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임명한 보수주의자와 종교 강경론자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직 출마자에 대한 선거심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2000년 이후 개혁파 의원들이 통과시킨 수십 개의 법안을 폐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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