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새해 첫날부터 대규모 군사훈련…"대만 국민투표 반대"

  • 입력 2004년 1월 14일 18시 39분


중국 인민해방군이 이례적으로 새해 첫날부터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대만의 국민투표를 겨냥한 압박전략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14일 군기관지 해방군보에 따르면 중국군의 군사훈련은 내륙과 연해 등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육해공 3군 연합 △해공군 합동 △공중강습 △삼림(森林)작전 △지휘소 모의전쟁 △후방지원 훈련 등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군의 이번 훈련은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대만을 겨냥하고 있는 수백기의 중국 미사일 제거를 요구하는 국민투표를 3월 20일 강행할 뜻을 밝힌 가운데 실시되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대만의 국민투표를 반대하고 있다.

미국과 대만의 군사전문가들은 “통상 중국군의 연례 훈련이 봄철에 시작되는 데 새해 첫날부터 시작된 이번 훈련은 극히 이례적”이라면서 “대만의 국민투표를 겨냥해 대만과 미국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훈련 내용=남부 광저우(廣州)군구의 집단군(군단)은 1일부터 수일간 가상의 해안 적진지를 향해 공군 선제타격→해군 함정의 집중 함포사격→육군 무장헬기와 자주포, 대전차 미사일 공격을 통한 진지 돌파 등 육해공 3군 합동훈련을 벌였다.

난징(南京)군구의 공군사단은 8일 군사위성 등 각종 정보수단을 이용한 장거리 폭격훈련을 진행했고, 같은 군구의 공수사단은 2일 고산 삼림지대에 특수부대를 투하하는 공중강습 훈련을 가졌다. 서북부 란저우(蘭州)군구의 장갑사단도 신장(新疆)에서 섭씨 영하 20∼30도의 혹한을 뚫고 7일간의 기동 및 화력 훈련을 실시했다.

황해(서해)에서는 해군 북해함대의 구축함 전대와 공군 전투기들이 합동 공격 및 방어 훈련을 벌였다. 해군의 한 잠수함 부대는 남해(동중국해)에서 수일 동안 주야간에 걸친 대함 공격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은 잠수함부대가 해상에 배치된 함대의 봉쇄선을 뚫은 뒤 유리한 전략적 위치에서 함대를 격침하는 내용이었다.

▽훈련 의도=익명을 요구한 대만군 장성은 “중국군의 훈련은 대만해협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실제상황을 상정한 ‘맞춤식 훈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면서 “특히 잠수함 부대의 봉쇄선 돌파, 공수부대의 공중강습, 삼림지역 전술훈련 등은 양안전쟁 발발을 가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태평양사령부 관계자는 “중국군이 통상 봄철에 시작하는 연례 군사훈련을 새해 벽두부터 실시한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라면서 “이번 훈련은 예년보다 훨씬 복잡하고 강도가 높으며 실전상황과 비슷한 조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대만의 국민투표 실시 방침을 압박하면서 미군이 (양안전쟁에) 개입했을 때 어떤 대가를 치를 수 있는지도 경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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