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는 10일 학교를 방문한 동티모르 대통령의 부인 커스티 스워드 구스마오 여사 일행에게 ‘떼뚬-훈민정음 연결 프로젝트’를 제안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대다수의 동티모르 국민은 떼뚬이라는 고유어를 쓰고 있으나 문자 표기수단이 없는 상태.
이에 따라 국내 언론은 ‘한글 수출 추진’이나 ‘한글-떼뚬 연결 프로젝트 조인식 체결’ 등의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크게 보도해 국내외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진 경북대 이종현 교수는 14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초 제의할 생각이 있었으나 언론에 미리 알려진 후 외교마찰 등의 문제가 우려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북대 김달웅(金達雄) 총장도 이날 “10일 구스마오 여사 일행을 만나 컴퓨터 기증과 봉사단 파견 문제만 협의했다”며 “어떤 경위로 이런 보도자료가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아이디어는 대구에 본부를 둔 ‘NGO(비정부기구) 한-동티모르 우호협회’의 동티모르 현지대표인 이모 목사(42)가 이 교수에게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스마오 여사 일행의 방문도 이 협회가 주선해 성사됐다. 이 협회 회장직은 현재 대구 지역의 여권 실세인 이모씨가 맡고 있으며 이씨는 구스마오 여사의 방문 행사에도 참석했었다. 이 때문에 4월 총선에 출마할 이씨의 ‘얼굴 알리기’를 위해 경북대측이 보조를 맞추다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대구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이 같은 제안은 동티모르 국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데도 경북대가 치밀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추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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