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고급차와 넓은 아파트가 부의 상징이었다면 요즘에는 골프가 성공한 경제인의 표상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골프장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가 하면 “골프장 회원권이 없으면 부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소리가 나돌 정도다. 골프붐이 중산층으로까지 번지면서 ‘녹색아편’이라는 말도 생겼다.》
○ 골프장 대국
중국에 처음 등장한 골프장은 개혁 개방 초기인 1984년 홍콩 기업가가 광둥(廣東)성에 건설한 것. 당시에는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여가시설을 마련한다는 성격이 강했다. 그 후 경제특구인 선전(深(수,천)) 하이난(海南)섬과 베이징 상하이 톈진(天津) 등으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중국골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중국 내 골프장 수는 195개. 20년도 채 안돼 미국 일본 캐나다 영국에 이어 세계 5위의 골프장 대국으로 성장했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골프장은 500∼1000개. 올해 말이면 지난해의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얼마 전 광둥성에 들어선 180홀짜리 초대형 골프장 ‘미션 힐스(Mission Hills)’는 ‘골프장 대국’ 중국의 상징이다. 여의도 넓이의 2배가 넘는 20㎢에 공사비만 2억6700만달러에 이르며 세계 유명 골퍼들이 직접 코스를 설계했다. 회원권이 무려 31만5000달러(약 3억7000만원)나 하지만 부유층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다.
판빙(范兵) 베이징골프협회 부회장은 “중국의 골프장 수는 매년 20∼30%씩 급증하고 있다”면서 “최근 2년간 중국의 골프장 건설은 이상 열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 급증하는 골프인구
중국 내 골프장 이용자도 2000년까지는 외국인이나 홍콩, 대만인이 70∼80%를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완전히 역전돼 중국인이 80∼90%를 차지한다. 중국의 골프인구는 대략 1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골프붐은 지난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더욱 상승세를 탔다. 골프를 하면 사스에 전염되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면서 골프장 인근 빌라가 불티나게 팔린 것. 건설업자들은 빌라를 구입하면 회원권을 끼워주는 판촉전략도 적극 활용했다.
중국 골프장의 그린피는 주말 기준 70∼150달러. 결코 값싼 수준이 아니지만 중국의 골프산업은 성장일로를 걸을 것이라는 게 국제 골프업계의 전망이다. 이에 따라 콜린 몽고메리, 닉 팔도, 어니 엘스 등 세계 최고 프로골퍼들이 중국 내 골프코스 설계에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또 골프채 수요가 급증하면서 500달러 이상 하는 캘러웨이, 나이키 제품 등이 60∼70달러에 판매되는 등 가짜 골프채도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 골프장 거품 우려도
이 같은 골프붐을 타고 건설업자들이 너도나도 골프장 건설에 뛰어들자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골프장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옌진밍(嚴金明) 런민(人民)대 토지관리학과 교수는 “지방 정부들은 외자 유치에 유리하다고 생각해 골프장 건설에 적극적”이라면서 “골프장 건설비용이 적게 드는 도시 근교의 농토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융자 등 재정 지원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만 해도 1990년대 초반 9홀을 포함해 4개에 불과하던 골프장이 90년대 중반 10개로 늘었고 올해만 7개가 새로 개장해 지금은 30여개가 성업 중이다.
시당국은 골프장을 환경·녹지 공간으로 간주해 신청만 하면 인가해 주겠다는 방침. 2008년 올림픽 전까지 50개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상하이의 한 골프업계 인사는 “상하이에는 앞으로 3년 내에 50여개의 골프장이 더 생길 예정”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이미 영업 중인 20여곳 대부분은 적자 또는 출혈경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보호전문가들은 “건설업자들이 부동산 투기를 노리고 골프장을 건설하고 있다”며 “농경지 확보를 위해 골프장 건설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