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야심찬 우주구상을 발표하자 ‘왕년’의 우주항공 분야 강자였던 러시아의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냉전 시절 미국과 치열한 우주개발 경쟁을 벌였으나 1980년대 이후 경제난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소홀히 하면서 미국에 뒤졌다. 게다가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중국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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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이 2010년까지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힌 것도 러시아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러시아는 독자적인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부족해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공동으로 추진 중인 ISS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형편이다.
니콜라이 모이세예프 러시아우주항공국 제1부국장은 즉각 “미국의 ISS 철수는 국제협정 위반”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는 이와 함께 미국에 대응하는 구상을 서둘러 발표했다. 에네르기아 우주제작소의 레오니드 고르슈코프 총설계감독은 “화성에 갈 수 있는 유인우주선을 미국이 예상하고 있는 1500억달러의 10분의 1 수준인 150억달러의 비용으로 2014년까지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70t 규모로 4∼6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18∼24개월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이 우주선을 지구궤도상에서 조립하는 방법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2005년까지 설계를 마친다는 계획만 있을 뿐 구체적인 사업추진 방안은 없는 상태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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