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로 예정된 대선에서 재선이 확실시되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말 ‘3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푸틴 이후’를 노리는 이바노프 장관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지난주 시베리아 4개 도시를 순방했다. 지방 관리, 재향군인회 간부, 군수업체 관계자를 만나고 지역 언론과 회견하는 등 ‘다분히 정치적인’ 일정이었다.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선거 운동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자 국방부는 “정치적 목적은 없다”고 해명까지 해야 했다.
그러나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와 독일 일간 베를리너 차이퉁 등 국내외 언론은 “이바노프 장관이 본격적인 ‘정치 수업’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바노프 장관이 대선 이후 총리로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도 유력하다. 옛 소련 비밀경찰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으로 평생을 안보 국방 분야에서 일해 대중적 지명도가 낮고 경제와 행정 분야 경험이 없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이바노프 장관의 가장 큰 강점은 푸틴 대통령의 신뢰. 가장 안심하고 대권을 넘겨줄 수 있는 후계자감이라는 것이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동향(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학 동창(레닌그라드대)이며 KGB에서도 함께 일했다. 푸틴 대통령이 연방보안부장 시절 차장을 지냈고 푸틴 정권에서 국가안보위 서기를 거쳐 국방장관이 됐다.KGB 요원으로 영국 핀란드 케냐 등에서 근무해 러시아 지도자 중에는 비교적 국제정세에 밝은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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