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조류독감으로 인한 외형적인 피해는 베트남이 더 크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따진다면 태국이 훨씬 많은 것을 잃은 듯하다.
베트남은 1월 초 조류독감으로 닭을 대량 폐사시켰으며 이어 지금까지 7명의 희생자가 생겼다고 확인했다. 조류 수출 타격과 여행객 감소 등 이로 인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조류독감을 재빨리 인정하고 대처한 것이다.
이에 비해 태국은 줄곧 조류독감의 존재를 부인해 오다 23일에야 조류독감 환자 2명과 의심환자 3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조류독감이 없었던 게 아니고 그동안 이를 은폐해 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조류독감에 대한 인식이 두 나라간에 이처럼 달랐던 이유가 뭘까.
베트남 정부는 조류독감을 인류 생존의 문제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조류독감이 1918년 스페인 독감처럼 유행하면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고 가금류에서 병의 기미가 보이자마자 세계보건기구(WHO)와 발을 맞춰 대책을 추진해 나갔던 것이다.
반면 태국은 자국의 산업적 측면만 따져 소탐대실(小貪大失)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태국 언론에 따르면 정부와 양계농가들은 지난해 말 조류독감 발병을 알았지만 연간 700억바트(약 2조1000억원)에 이르는 닭 수출산업을 고려해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만약 태국이 이런 이유에서 의도적으로 은폐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적어도 수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불신의 국가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중국에서 처음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병했을 때 중국 정부가 이를 숨겨 결과적으로 병을 확산시키고 국가 신인도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전례가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잘 해 왔지만 전염병에 관한 한 투명한 보건행정만이 우리와 인류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성주 기자 사회2부 sie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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