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조류독감 바이러스 한국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

  • 입력 2004년 1월 25일 18시 52분


태국과 베트남에서 발생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한국과 일본의 바이러스와 같은 H5N1-A형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사람 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번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일단 감염되면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 5개국 바이러스는 같은 원인균=뉴욕 타임스는 WHO 관리의 말을 인용해 한국 일본 베트남 태국에 이어 캄보디아의 조류에서도 H5N1-A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25일 보도했다.

베트남과 태국에서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진 사람들이 발생했다. WHO는 아직 사람 사이에 감염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바이러스가 어떤 변이를 일으킬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WHO는 아시아 5개국 이외의 다른 국가에도 이미 같은 바이러스가 확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대만에서 발생한 조류독감 바이러스(H5N2)는 불량 예방접종약을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WHO는 지적했다.

▽백신 개발 난망=지난해 말 이후 아시아를 강타하고 있는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지난해 2월 중국을 여행한 홍콩인 2명이 걸린 조류독감 바이러스와는 아주 다르다고 WHO는 밝혔다. 따라서 WHO가 홍콩인 감염 사례를 계기로 지난해 개발한 백신은 이번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

이와 관련해 WHO 아시아지역 대변인은 새 백신 개발에 적어도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바이러스의 원형을 추출하는 데 한 달이 걸리며 이를 통해 백신을 개발해 동물 및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는 데도 5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는 것.

뉴욕 타임스는 아만타딘과 리만타딘 등 범용 항바이러스 치료제 2종은 이번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별다른 효과가 없지만 고급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어느 정도 약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H5N1=혈청에 따라 H형(15종)과 N형(9종)으로 구분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한 형태. H5N1은 유전자 변이 속도가 빠르고 다른 동물의 독감 바이러스 유전자와 기민하게 결합하는 특성을 지녔다. 이 바이러스는 양계장 내부 공기에서 2주일간 생존할 수 있다. 75도로 5분간 가열하면 죽는다.

▼음식으론 전염안돼… 닭고기 안전▼

세계보건기구(WHO)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들간에도 전염될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은 25일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감염되는 경로와 증세 등을 문답으로 소개했다.

Q: 사람은 어떻게 조류독감에 감염되나.

A: 살아 있는 감염된 조류와 접촉하거나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이 말라 가루가 된 것을 흡입하면 조류독감에 걸릴 수 있다.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람은 1997년 홍콩에서 처음 확인됐다. 97년 감염자들은 모두 시장이나 농장에서 조류와 가까이 접촉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여러가지 변종 가운데 사람에게 치명적인 것은 H5N1 변종이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조직이나 배설물, 동물 시체 안에서도 오래 살며 특히 저온에서 생존 기간이 길다.

Q: 감염 증세는 어떤가.

A: 일반 독감과 비슷하다. 고열에 목이 아프고 기침을 하며 때로 결막염도 일으킨다.

Q: 치료는 가능한가.

A: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 기존 독감백신도 어느 정도 치료 효과는 있다. 학자들이 백신을 개발 중이지만 개발 및 생산에 6개월 이상 걸려 감염자가 한꺼번에 발생하면 백신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

Q: 조류독감은 얼마나 위험한가.

A: 97년 홍콩에서 감염자 18명 중 6명이 사망해 치사율은 상당히 높다. 2002년 12월 등장한 이래 세계에서 8400명이 감염돼 800명이 숨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치사율이 훨씬 높다.

Q: 사람이 사람에게 조류독감을 옮길 수도 있나.

A: 아직 그런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최선의 예방책은 조류독감이 퍼진 지역에서는 살아 있는 가금류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Q: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무엇을 우려하나.

A: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체독감 바이러스와 결합해 사람 사이에 전염되는 신종 독감 바이러스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독감에 걸린 사람이 조류독감에 동시 감염됐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사람 감염자가 늘수록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Q: 가금류를 먹어도 괜찮나.

A: 그렇다. 학계는 조류독감이 음식을 매개로 감염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예방 차원에서 감염된 닭이 역내 먹이사슬에 편입되지 않도록 태국산 닭고기 수입을 중단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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