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새 디나르貨 환투기 열풍…경제 낙관 잇단 사재기

  • 입력 2004년 1월 25일 18시 55분


15일부터 본격 유통된 이라크의 새 통화 디나르의 가치가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새 통화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생각하는 데다 향후 이라크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추가 폭등을 노린 환투기가 벌어지고 인접국인 쿠웨이트와 요르단 등지로 디나르를 빼돌리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신구 디나르는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1 대 1 비율로 교환됐다.

▽초강세=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옛 디나르-달러 환율은 1월 초 2000디나르 정도였다. 그러나 15일 유통이 시작된 새 디나르-달러 환율은 1400디나르로 시작해 하루 사이 1100디나르로 초강세를 보였다.

화폐가치가 하루 동안 21%나 급등한 것. 현재 디나르화 환율은 달러당 1000디나르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지만 강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옛 디나르화 환율은 후세인 집권 말기인 2002년 말 2000디나르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3월 이라크전쟁이 발발하자 3000디나르로 치솟았다. 미국 주도의 이라크 재건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지난해 중반엔 2200디나르 수준.

▽강세 배경=향후 이라크 경제와 정치의 낙관론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이라크 중앙은행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라크처럼 막대한 매장량을 가진 산유국의 환율이 과거처럼 유지되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전했다.

이라크 중앙은행이 새 디나르 유통 초기에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도 한 요인. 원유 판매대금인 달러를 매각해 디나르화 가치의 강세를 유도한 것. 이라크 중앙은행은 초기 적정 환율을 1500디나르로 설정한 바 있다.

새 통화의 위조방지 기술도 한몫했다. 이라크 중앙은행은 “새 통화에는 빛을 비춰야 드러나는 무늬를 집어넣었고 활자도 도드라지게 인쇄해 옛 통화보다 위조가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파생 효과=디나르의 추가 강세를 예상하고 달러 예금을 디나르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또 쿠웨이트와 요르단 등 인접국의 투기꾼들이 디나르 밀수를 공공연히 부채질하고 있다. 바그다드의 한 환전상은 “4000만디나르를 큰 자루에 담아 8시간을 차로 달려가 요르단 암만에서 팔려는 사람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 통화를 쌓아두거나 해외로 빼돌리면서 디나르화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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