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체코 “이라크 파병대신 美비자 면제 해달라”

  • 입력 2004년 1월 27일 18시 55분


“이라크 파병 대가로 미국 비자를 면제해 달라.”

미국이 동유럽의 주요 동맹국인 폴란드와 체코의 ‘엉뚱한’ 요구에 난감해 하고 있다.

미국을 방문한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26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자국민에 대한 미국 입국비자 면제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만한 사안은 아니지만 국내 여론을 의식한 것.

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과 미국 의회는 비자 면제를 요구하는 폴란드 각계의 서한 수백통을 받았다.

폴란드는 이라크에 병력 2500명을 보냈고 최근 35억달러(약 4조2000억원)어치의 미국제 F-16전투기 48기를 구매했으며 자국내 군사기지를 미국에 제공하겠다고 제의하는 등 친미정책을 추구해왔다.

폴란드 여론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 독일과 프랑스 국민은 비자 없이 미국에 입국하는데 왜 ‘동맹국’인 우리 국민은 지문 채취와 사진촬영을 해야 하느냐”고 묻고 있다. 심지어 그동안의 대미 관계가 ‘짝사랑’이었다는 회의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120명을 이라크에 파병키로 하고 의회 동의를 앞두고 있는 체코에서도 “비자 면제국이 못 되면 파병하지 말자”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두 나라의 이 같은 여론은 최근 미국 입국이 까다로워진데 대한 반감을 반영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파병과 비자 면제는 별개의 문제”라면서도 두 나라의 요구가 완강해 적잖은 외교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두 나라 국민이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비율은 40% 안팎으로 비자 면제국 기준인 3%를 크게 넘는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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