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로 증시가 출렁일 때 자주 등장하는 이 증시 격언이 조류독감 여파가 확산되는 지금 다시 회자되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28일 “많은 투자자들이 조류독감으로 인한 아시아 증시의 위축이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자들은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확산이 작년 아시아 지역을 강타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는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것. 작년 사스 사태 당시에는 이라크전쟁의 불확실성 등 악재가 겹쳤지만 이번에는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타고 있다는 점도 매도 결정을 신중하게 만들고 있다.
이 신문은 “많은 투자자들이 작년 사스 사태 이후 아시아 증시의 상승세에 동참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사들도 조류독감에 타격을 받은 일부 종목에 대해 같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항공업종이 그 대표적인 사례.
굿모닝신한증권은 28일 대한항공에 대해 “높은 유가가 조류독감 등으로 주가가 조정 받을 때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삼성증권은 “조류독감이 사람 사이에 전염되지 않는다면 항공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이유로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한겨울 밀짚모자’론은 조류독감과 상관이 없는 종목에 대해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
LG투자증권은 매각협상 결렬로 전날 한때 하한가 수준까지 하락했던 현대오토넷에 대해 “펀더멘털에는 영향이 없고 오히려 저가(低價) 매수의 기회가 됐다”며 강력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ABN암로증권도 “세상이 끝난 게 아니다”라는 코멘트와 함께 기업 가치를 따질 것을 권했다.
다만 외부 악재가 심리적 차원을 넘어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한항공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조류독감이 사스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며 “장기화될 경우 투자 의견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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