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블레어 총리의 또 다른 정치적 난관이었던 대학등록금 인상 법안도 27일 하원에서 간신히 통과됐다.
이로써 총리 사임설까지 거론되며 집권 7년 만에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던 블레어 총리는 일단 고비를 넘기게 됐다.
고등법원 판사 허튼경은 28일 발표한 328쪽 분량의 진상조사보고서를 통해 “데이비드 켈리 박사는 자살했고 제3자가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은밀히 켈리 박사의 이름을 언론에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불명예스러운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 무기전문가였던 켈리 박사는 “영국 정부가 이라크의 WMD 위험을 과장했다”는 BBC방송 보도의 취재원으로 지목된 뒤 지난해 7월 자살했다. 허튼경은 “BBC방송이 제기한 의혹도 근거 없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앞서 27일 오후 영국 하원에서는 현재 1125파운드(약 244만원)로 일률적으로 묶여 있는 대학등록금을 대학 자율로 최고 3000파운드(약 651만원)까지 인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5표 차이로 통과됐다. 이 법안은 블레어 총리가 추진해 온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이었으나 집권 노동당 내 반발세력은 대학등록금 인상은 노동당 정강과 선거공약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한편 허튼 보고서가 공식 발표보다 먼저 영국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보수당 등 야당은 “보고서의 결론이 정부에 유리하게 나오자 총리실이 ‘여론 조작’을 위해 주요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고 주장함으로써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영국 일간지 ‘선’은 이 조사위원회의 공식보고서가 발표되기 전 자체 입수한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대변인은 “블레어 총리가 매우 화가 나 있다”며 정부 내에서 정보가 새 나간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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