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경제 겨울잠서 깨어난다…최근 부동산-주식시장 활기

  • 입력 2004년 2월 1일 19시 10분


‘아시아의 진주’로 통하는 홍콩의 경제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 ‘비상(飛上)’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으로 반환된 후 홍콩은 때마침 몰아닥친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려 한동안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홍콩은 중국 경제성장의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예전의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잠’에서 깨어난 홍콩 자금 시장=‘홍콩 부활’의 신호가 가장 먼저 잡히는 곳은 부동산시장. 1997년 활황이 끝난 후 지난해 1·4분기(1∼3월)까지 70%가량 폭락했던 홍콩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5월 이후 15% 상승했다. UBS증권은 2005년까지 홍콩 부동산 가격이 현재보다 60%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식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홍콩 항셍지수는 40% 상승했다. 홍콩증시에 상장(上場)된 중국기업들의 주가는 무려 150% 뛰어올랐다. 자금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면서 호텔, 음식점, 상점에는 고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홍콩 주민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는 것은 경기회복의 가장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홍콩경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55∼60%에 달한다.

▽커지는 대중(對中) 의존도=하지만 전문가들은 홍콩의 경제회복이 자생적이라기보다는 급팽창하는 중국경제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다보니 중국 성장에 제동이 걸린다면 홍콩경제도 다시 침체의 기로에 들어설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여름부터 일부 대도시 주민들의 자유로운 홍콩 방문을 허가했다. 그동안 ‘홍콩 엑소더스’를 우려하며 중국 국민의 홍콩 방문에 여러 가지 제한 규정을 뒀던 것에서 한발 물러난 것. 올해 홍콩을 방문하는 중국 여행객은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11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 관광객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입은 올해 홍콩 경제성장률(5.5%)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경제의 대중(對中) 의존도는 교역분야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홍콩 대외무역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올해부터 홍콩 수입품에 대해 90% 관세를 깎아주기로 했다. 금융 유통 등 외국기업들의 진출이 제한된 일부 분야에서 홍콩기업들은 자유롭게 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특혜도 주어진다. 도이체방크는 중국 정부의 특혜 조치가 2006년까지 매년 홍콩 경제성장률을 0.4% 정도 높이고 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효과를 가지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아직 홍콩경제는 디플레와 높은 실업률(7.3%) 등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홍콩 정부는 100억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올가을 의회선거를 의식해서 세금인상과 재정지출 삭감에 미온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탄탄한 금융시스템과 사회인프라, 법규체계를 갖춘 홍콩이 중국의 성장에 힘입어 ‘제2의 도약’을 이뤄낼 가능성이 높다는 데 큰 점수를 주고 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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