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2004파리패션/굿보이! 클래식을 입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04년 2월 5일 16시 16분



이제 ‘그(he)’들은 보다 정제된 모습을 위해 매무새를 다듬는다. 깔끔한 정장에 정돈된 헤어스타일은 보수적인 ‘굿 보이(good boy)’의 전형을 보여준다. 고급스럽고 풍성한 실루엣의 정장 코트로 럭셔리한 멋을 낸다. 다양한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스포츠웨어는 옷장 깊숙이 넣어둔다.

2004, 2005년 추동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서 디자이너들이 제시한 ‘그’의 모습이다.

● 월스트리트式 엘리트 룩

지난달 23∼2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남성복 컬렉션’은 ‘남성성(性)의 재확립’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AFP통신은 “예쁘고 양성적인 룩은 사라지고 남성적이면서 클래식한 디자인이 대세를 이뤘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맞춤 정장 거리 ‘셰빌로’가에서 막 걸어 나온 듯 점잖고 클래식한 슈트를 선보인 디자이너들이 많았기 때문. 루이뷔통은 월스트리트의 엘리트 금융인의 이미지로, 드리스 반 노튼은 로맨틱한 남성의 모습으로 풀어냈다. 전위적인 디자인의 대가 헬무트 랭조차 ‘테일러드, 엘레강트’를 외쳤다.
24일 저녁, 루이뷔통은 패션쇼에서 고급 샴페인을 대접하고 이보다 더 럭셔리한 모습의 모델들을 등장시켰다. 진한 회색과 검은색 헤링본 코트, 영국풍 체크무늬 캐시미어 니트, 도마뱀 가죽의 브리프 케이스를 갖춘 모델들은 ‘일하는 남성의 모습이 진정한 럭셔리’임을 강조했다. 슈트나 코트는 어깨가 넓어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품이 넉넉한 1980년대 풍이다.
‘구치’사와의 계약이 끝나 ‘구치’ 계열의 ‘이브 생 로랑’ 남성복 패션쇼를 마지막으로 가진 톰 포드 역시 세련된 이브닝 슈트 스타일의 70년대 신사 모습을 재현했다. 파리 패션가에는 ‘톰 포드가 할리우드 영화감독이 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았다.

무난한 짙은색 스트라이프 무늬 슈트에 넥타이, 셔츠 등을 강렬한 원색으로 매치한 디자이너 폴 스미스의 의상. 클래식한 정장에 튀는 색상의 소품을 사용하는 것이 이번 쇼의 트렌드 중 하나다.사진제공 퍼스트뷰코리아

● 액세서리와 ‘포인트 컬러’
반지, 브로치 등 보석의 착용이 많아진 것도 이번 컬렉션의 특징 가운데 하나. 이브닝 슈트가 많아져 이에 맞는 화려한 액세서리가 떠오른 듯 하다.
블랙 계열 의상이 많은 만큼 원색 또는 파스텔톤의 컬러로 악센트를 주려는 ‘포인트 컬러’ 스타일링도 많았다. 특히 밝은 색상의 스웨터, 양말, 스카프 등이 부쩍 늘었다. 소니아 리키엘 옴므는 검은색 정장에 선명한 빨간색 스웨터 또는 머플러를 매치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디자이너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우영미씨는 새틴과 벨벳처럼 화려한 소재를 캐시미어 니트에 매치하고 동색 계열의 세련된 컬러 코디네이션을 선보였다. 그가 모델들에게 착용시킨 ‘액세서리’는 MP3플레이어. ‘디지털 명품 강국’으로서의 입지가 확고한 한국의 이미지를 이용하겠다는 의도였다.
● ‘메트로섹슈얼’→ ‘뉴 맨’
이번 시즌 패션쇼를 장식한 큰 트렌드는 ‘감성주의’다. 처음으로 남성복을 선보인 존 갈리아노의 쇼에 이 같은 요소가 잘 드러난다.
갈리아노는 자신이 정의한 남성다움에 대한 모든 것을 ‘종합선물세트’처럼 표현했다. 가슴을 풀어헤친 돈 주앙, 시폰 스커트를 입은 채 이마에 피를 흘리고 있는 권투 선수, 레이스가 달린 옷을 입은 비즈니스맨….
일부 평론가들은 이번 컬렉션이 전체적으로는 남성적 실루엣을 유지하면서 꽃무늬, 파스텔톤 등 ‘여성적 이미지’를 곁들였다며 ‘메트로 섹슈얼’이라는 화두로 종합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모에 관심이 많은 도시 남성을 가리키는 ‘메트로 섹슈얼’은 남성성과 여성성의 중간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실체 없는 단어라는 지적도 있다. 갈리아노가 재정의한 ‘남성성’에다 일부 진화론자들의 학설을 보태자면, 남성성 자체가 여성성에 좀 더 가까운 모습인 ‘뉴 맨’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일 뿐, ‘메트로 섹슈얼’이라는 새로운 종족이 탄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가진 패션쇼에서 일부 평론가로부터 ‘전형적인 메트로 섹슈얼룩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은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나의 패션은 젠더의 문제가 아니라 미학의 문제다”고 말했다.
(도움말=퍼스트뷰코리아 송서윤 패션컨설턴트)
파리=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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