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곡 속의 소금 사막
이 계곡은 2억년 전에는 완전히 바다 속이었으며 오늘날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3000만년 전부터 500만년 전 사이에 있었던 지각변동 때문이라고 한다. 계곡의 내부는 바닷물이 고여 있던 호수였으나 5000년 전부터 호수가 말라 지금의 지형을 형성하게 됐다고 한다. 이곳에 두꺼운 소금층이 펼쳐져 있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메인 진입로를 벗어나 스토브파이프 웰스 빌리지를 지나자 눈앞에 진기한 광경이 펼쳐진다. 광활한 소금사막이다.
대지는 딱딱한 염분 지층에서부터 수분을 머금은 보드라운 지층까지 토양의 소금 함량에 따라 다양한 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어! 진짜 소금이네.”
대원 중 한 사람이 신기하다는 듯 외쳤다. 수 억년의 세월과 사막의 작열하는 태양이 빚어낸 자연. 대원들은 이리저리 소금 사막을 헤치고 다니며 이곳에서 겨울 김장을 담그자는 둥 어린애처럼 기뻐했다.
사막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단테스 뷰에 올라섰다. 마치 광활한 소금밭에 흰 눈이라도 내린 듯 캘리포니아 사막의 겨울 정경을 연출하고 있다. 수억년 역사와 세월을 견뎌 온 광막한 이 소금사막은 인간의 역사가 얼마나 짧은 지ㅐ를 말없이 웅변하고 있다.
사막 바람 때문에 모래능선의 모양이 시시각각 변화한다. 데스밸리의 모래언덕에 핏빛 석양이 내려앉는다.
탐험대는 엔진에 생명을 불어넣고 다시 머나먼 길을 떠난다. 굽이치는 데스밸리 산맥의 힘찬 맥박 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음을 여미고, 쏟아지는 밤하늘의 은하수를 따라 전진한다.
○ 하늘을 이고 선 거목
캘리포니아의 등뼈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중심에 자리 잡은 세쿼이아와 킹스캐니언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마음으로 설♬다. 지금까지 만난 산맥, 만년설, 호수, 사막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하늘을 찌르는 듯한 거목 세쿼이아와의 만남 때문이다.
이 나무는 한 그루에서 방 다섯 개의 목조주택 40채를 능히 지을 수 있는 재료가 나온다고 하니 그 크기와 육중함에 대한 호기심이 밀려온다. 오죽하면 공원의 명칭도 거대한 이 나무의 이름을 따왔을까.
이 공원에는 1200여종의 나무와 300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남단 베이커스 필드를 출발해 공원 남단으로 진입했다. 198번 국도를 타고 진입하면 트리 리버 마을을 지나 애시 마운틴이 나온다.
드디어 공원 입구에서 지도에 대한 설명과 간략한 지형 소개를 듣고 나서 탐험대의 차량은 미끄러지듯 세쿼이아의 품안으로 들어갔다.
숲이 우거진 자이언트 포리스트에 접근하자 걸리버 왕국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나무가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공원 안에서는 거대한 나무들이 도로 위로 터널을 만들고 있었다. 세쿼이아 네 그루가 3m 간격으로 서 있는 그 사이로 길이 난 것이다. 이 나무 아래에 서있는 자동차들이 작은 딱정벌레처럼 보였다.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거대한 세쿼이아 가운데 가장 큰 나무는 제너럴 셔먼 나무로 높이가 87m나 된다. 그 이름은 1879년 이곳을 찾아온 울버턴이라는 사람이 남북전쟁 당시 최고 사령관이었던 셔먼 장군을 기리기 위해 붙인 것이라고 한다. 나이는 2500여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청정자연의 공원에서는 향나무 냄새 짙은 신선한 공기가 가득했다.
세쿼이아의 정상이라 할 만한 인근 모로바위 위에 섰다. 시에라네바다의 4000m급 봉우리들이 11개나 위용을 자랑하고 300여개의 크고 작은 산들이 거대한 산맥을 이어가고 있다. 대원들 사이에는 연이어 터지는 셔터소리의 긴박감과 눈으로 토해내는 감탄사만이 계속되고 있었다.
함길수 여행칼럼니스트 ham9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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