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획에 따라 우선 미국은 미국-서유럽 국가가 주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중동 국가들의 관계를 군사적으로 한 단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광의의 중동지역은 서쪽으로는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부터 동쪽으로는 아시아 파키스탄까지 약 20개국을 포함하며 절대 다수가 이슬람 신자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왕정(王政)과 독재가 많은 이 지역에 본격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2001년 9·11테러 이후 “중동의 권위주의가 테러의 근원’이라고 주장해 왔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 9월 발표한 ‘신(新)국가안보전략’에서 ‘중동협력구상(Middle East Partnership Initiative)’이라는 이름으로 중동지역 전체의 정치개혁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지역 정치가 안정돼야 석유공급이 안정될 것이라는 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EU 관리들은 지난주 워싱턴에서 이 계획의 세부안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를 벌였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모로코 리비아 등 다수가 참여하는 ‘EU-지중해 이니셔티브’를 확대발전시키는 방안도 논의됐다.
‘대중동 계획’의 구체적 면모는 6월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EU-미국 정상회담을 비롯해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 NATO 정상회담 등 일련의 회담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EU에서는 이 계획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중동 국가들이 계획에 적극 참여하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갈등이 해결돼야 하기 때문.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아리엘 샤론 총리도 압박해야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그럴 뜻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거꾸로 이 계획에는 ‘중동 재편이야말로 이스라엘과 아랍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길’이라는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시각이 반영돼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분석했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도 지난달 24일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 폭력을 근본적으로 추방하기 위해서는 중동지역 전체의 민주화가 선결요건임을 강조한 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역시 ‘팔레스타인의 민주화’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대중동 계획’을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힘을 보태기 위한 선거 전략의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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