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日-獨 핵 암거래상 조사”…칸 박사에 공급 혐의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38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과 독일 등 5개국을 국제 핵무기 암시장의 주요 활동무대로 지목해 파문이 일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총리 아들 소유 기업이 리비아에 핵 부품을 공급한 것으로 드러나 핵 커넥션 파문은 전 세계로 일파만파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경우 정부도 관련됐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비밀공장의 정체=말레이시아 스코미 정밀엔지니어링은 5일 반제품 상태의 핵 부품 14개를 2002년 12월∼2003년 8월 사이에 4차례에 걸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걸프 테크니컬 인더스트리로 보냈다고 시인했다.

IAEA는 그동안 말레이시아 비밀공장에서 핵 부품들이 리비아로 운송됐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더구나 이 회사는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의 외아들 카말루딘 압둘라(35)가 최대 주주로 있는 석유·가스 재벌 스코미그룹의 자회사. 말레이시아 정부는 총리의 아들 압둘라씨가 회사 경영이나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아 핵 부품 판매를 모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국민과 외국 외교관들은 군부와 고위관리들이 모른 채 민감한 핵 부품이 외국에 판매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스코미 정밀에 부품을 주문한 사람은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였으며 걸프 테크니컬 인더스트리사 대표인 스리랑카 국적의 타히르가 중간 거래상 역할을 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칸 박사는 최근 몇 년간 정기적으로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고 말레이시아 정보당국은 밝혔다.

▽IAEA, 5개국으로 조사 확대=IAEA는 칸 박사가 간여한 핵무기 암시장에서 활동한 독일 등 3개 유럽 국가와 일본, 아프리카의 한 국가 등 5개국 출신 거래상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칸 박사는 혼자 일하지 않았으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파키스탄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핵 부품이 제조되고 제3국에서 조립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IAEA는 독일 일본을 제외한 3개국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또 칸 박사의 핵 커넥션이 북한에도 핵 기술을 제공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이 정보전을 통해 최근 수년간 칸 박사의 커넥션을 추적한 결과 비밀 핵 유출망의 산하조직과 요원, 자금원, 제조공장 등의 실체를 알아냈다고 밝혔다.

그는 “칸 박사가 핵무기 암거래의 중심인물”이라며 “그의 커넥션이 리비아를 포함해 몇몇 국가의 핵개발 프로그램 일정을 수년간 단축시켜 주었다”고 덧붙였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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