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올 ‘고속질주’ 예고…그린스펀, 금리인상 시사

  • 입력 2004년 2월 12일 18시 32분


유가 인상, 원화가치 상승, 원자재 파동 등 악재가 겹쳐 어려움이 예상되는 한국 경제와는 달리 미국은 호황 국면을 누리고 있다.

한국은 올해 한국은행 등이 전망한 5%대 경제 성장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선진국으로서는 괄목할 만한 4.5∼5%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1일 경기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제시하면서 장차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또 향후 미국의 경기 동향에 대해 미국 내 일자리가 풍부해지고 지속적인 경제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 재정적자에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2004년 경제성장이 4.5∼5.0% 정도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7월 예상했던 3.75∼4.75%보다 높아진 수준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증언을 통해 현행 초저금리 정책이 경기 확대에 적절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러한 정책 스탠스는 물가안정과 무기한 양립할 수는 없다”고 말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음을 밝혔다.

그는 단기시장 금리의 지표가 되는 연방기금 금리가 최종적으로는 ‘중립 수준’으로 상승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연방기금 금리는 1.0%로 45년만의 최저수준이다.

그러나 그린스펀 의장은 미 인플레이션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므로 “금융완화 조치를 해제하는 데는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며 성급한 금리 인상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한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월 말 끝나는 2004회계연도의 적자를 5210억달러로 계상한 올해 지출계획을 발표해 재정적자를 확대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적자의 장기적인 위험과 관련해 “우리가 이 불균형을 더 늦게 다룰수록 궁극적으로 회계조정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문제와 관련해 그는 “경제가 팽창하면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강력한 국내총생산(GDP) 증가로 기업들이 해고했던 근로자들을 다시 고용하는 데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그는 “경영자들이 경기 팽창의 지속성에 대해 더욱 확신하게 되면서 기업들은 다시 한번 직원들을 늘릴 것”이라면서 “고용은 생산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머지않아 빠르게 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발표한 올해 260만명분의 일자리 창출 목표에 대해 “성장이 계속되고 생산성이 낮아진다면 공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申민榮) 연구위원은 “미국의 장기 평균 성장률이 3%대 정도라는 것을 볼 때 올해 미국 경제는 상당한 호황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므로 한국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의 타격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통한 내수 회복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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