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아파, 이라크 정권이양 시점놓고 갈등

  • 입력 2004년 2월 13일 18시 46분


‘유엔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이라크 주권이양 방안을 놓고 미국과 이라크의 최대 종파인 시아파 현지인들 사이에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재역을 맡은 유엔 현지 실사팀의 조사보고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엔 실사팀은 7일부터 미군정의 이라크 주권이양(6월 30일) 이전에 총선 실시가 가능한지 여부를 조사해 현재 주요활동이 거의 끝난 상태. 유엔은 양쪽 입장을 모두 반영하는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내분을 야기하는 것은 바로 미국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엔, 어떤 판단 내릴까=실사팀을 이끌고 있는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 특사는 12일 내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정권이양 전에 직접선거 형식으로 앞당겨 실시하자고 주장하는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알 시스타니를 2시간가량 면담했다고 현지 외신들은 전했다.

두 사람은 조기총선 원칙에는 동의했으나 실질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의 의미가 미국이 주권이양 시점으로 제시한 6월 30일 이전이냐 이후냐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브라히미 특사는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단서까지 달았다.

미국과 시아파의 입장을 포괄하는 절충안, 즉 주권이양 전 총선을 실시하는 것은 어렵다는 미국의 입장을 반영하되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총선을 실시하는 쪽으로 보고서가 작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정권이양 시기 자체를 연기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파월 장관은 11일 미 하원국제관계위원회에 출석해 “6월 말 정권이양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어려운 안보문제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21일까지 제출될 실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총선 실시 시점에 대한 최종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논란, 추가 테러 우려=시아파측은 정권이양 이전에 직접선거를 통해 새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치안이 불안한 상황에서 자유로운 선거는 어렵다는 입장.

시아파측은 12일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군은 심각한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더구나 아랍연맹은 이날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라크에서 내분을 조장하는 세력은 바로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아랍연맹 실사팀이 이라크를 방문해 작성한 이 보고서는 미국이 수니파를 소외시키고 시아파와 쿠르드족을 지원함으로써 이라크 내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종족과 종파에 따라 이라크 과도통치위원을 안배한 것이 오히려 파벌주의의 토대가 됐다고 주장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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