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7시반 서울 송파구 송파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에게 기밀서류를 넘겨줘 국가기밀누설죄로 수감 중인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64)의 부친 김상영(金尙榮) 전 국회의원의 영결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자신의 출소를 5개월여 앞두고 13일 지병으로 별세한 부친에 대한 김씨의 애끊는 사부곡(思父曲)이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가슴을 아프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효도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 주시고 임종을 할 수 없는 불효를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김씨는 3∼4분 분량의 육성 테이프를 통해 시종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심경을 토해냈다.
그는 “우리는 태어난 곳을 고향이라고 하며 거창한 말로는 조국이라고 한다”며 “조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이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자기 나라에서 사랑받으면 이해가 상반되는 나라에서는 배신자가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자신의 선택에 대해 “저의 과오는 사(私)를 생각하지 않고 공(公)을 위하다 저질러진 일”이라며 “한국을 위한 선택에 후회는 없다” 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집과 가까운 윈체스터 교도소로 이감된 뒤 부친 작고에 대비해 이 편지를 녹음했다.
13일 이 테이프를 가지고 한국에 온 김씨의 부인 장명희씨(61)는 “남편은 큰 희생을 치르기는 했지만 한국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탰던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며 “한때는 조국이 등을 돌렸다는 비통함도 가졌지만 이제는 오히려 뜨거운 동포애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장씨는 “국민 여러분의 격려를 가슴에 새기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김상하(金相廈)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웅진(李雄鎭) 로버트 김 후원회장, 이동욱(李東旭) 전 동아일보 회장 등 1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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