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블룸스데이 100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율리시스’가 쌓아온 문학적 명성에 대해 쟁쟁한 영어권 문필가들이 “터무니없이 과대평가된 작품”이라고 일제히 비난을 퍼붓는 것으로 ‘시즌’이 시작됐다.
영어권 문학 최고 권위의 부커상 수상작가인 로디 도일은 2일 조이스의 생일을 기념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작가모임에서 “많은 이들이 ‘율리시스’를 최고 작품 10선(選)에 꼽지만 과연 몇 명이나 이 소설을 읽고 감동받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아일랜드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케빈 마이어스 역시 11일 ‘아이리시 타임스’에 게재한 글에서 “‘율리시스’에는 40만 단어가 쓰였지만 이 중 25만 단어 정도는 군더더기”라고 비난했다. 아일랜드 저널리스트 숀 몽크리프도 최근 아일랜드 ‘이그재미너’지에 실은 글에서 “‘율리시스’에 나오는 블룸이나 스티븐 디댈러스가 밥 먹고, 돌아다니고 한 것 말고 솔직히 이 소설에 무슨 내용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나 더블린의 ‘제임스 조이스 센터’ 사무국장인 헬렌 모내건은 “‘율리시스’를 읽고 아무도 감동받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건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한편 100주년을 맞는 올해 6월 16일 ‘블룸스데이’ 축일에는 대대적인 행사들이 벌어진다. 우선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1만명의 관광객들이 ‘율리시스’의 주요 공간인 더블린 시내 오코넬 스트리트에 모여 함께 아침식사를 먹는 장관이 연출된다. 이후 관광객들은 마차에 올라탄 아일랜드 출신 문인들과 함께 ‘율리시스’에서 주인공 블룸이 하루 동안 밟았던 행적들을 차례차례 따라가 본다. 또한 조이스와 ‘율리시스’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영화, 그림, 조각 등이 각국에서 공수돼 와 전시되며 시, 단편소설 낭독회도 열린다.
작가 조이스에게 1904년 6월 16일은 초등학교 임시교사로 재직하던 중 시골 처녀 노라 바네클을 만나 처음 데이트했던 날. 그는 이날을 기리기 위해 ‘율리시스’의 시간적 배경으로 삼았다.
조이스가 1922년 펴낸 ‘율리시스’는 줄거리를 이어가는 굵은 사건이 드물고 구두점이 제대로 쓰이지 않은 데다 ‘의식의 흐름’ ‘내면의 독백’ 같은 기법들이 사용돼 읽기에 난해하다. 그러나 호메로스의 ‘오디세이’ 등 다양한 고전들을 작품 속에 끌어다 썼으며 다채로운 어휘를 화려하게 구사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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