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反파병 테러 신호탄인가”…방위청 겨냥 폭발사건 발생

  • 입력 2004년 2월 18일 18시 57분


‘치안 천국’으로 자부해 온 일본 열도가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이후 테러발생 가능성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7일 밤 11시경 도쿄(東京) 방위청 청사 인근에서 폭발사건이 발생하면서 긴장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이날 신주쿠(新宿)구 하라마치(原町) 주택가에서 터진 폭발사건은 500여m 떨어진 방위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대형 폭발음이 두 차례 터진 사찰 경내에서는 폭발물 발사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철제 파이프 모양의 금속발사기(직경 10cm, 길이 60cm) 2대가 발견됐다. 이 사건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타이머가 장착된 발사기 총구는 방위청 쪽을 향해 있었다.

일본 극우단체 회원들이 총련 시설에 총을 쏘거나, 북한에 우호적인 정치인 자택에 협박 편지를 발송한 사건은 있었지만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테러 시도는 전례가 거의 없다. 육상자위대가 이라크를 향해 출발한 이달 초에도 방위청 근처에서 대형 폭발음이 들렸다는 신고가 접수된 바 있다.

일본 경찰은 지난해 3월 요코다(橫田) 미군기지에 가해진 공격과 범행 수법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주일미군 철수와 자위대 파병 반대를 주장해 온 극좌파의 소행일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17일엔 특수경찰요원 500여명이 도쿄 도심의 국제전시장 일대에서 생화학무기 테러와 외국공관 피습 상황을 가정해 훈련을 실시했다.

일본 경찰은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자처하는 단체가 이라크 파병시 도쿄를 공격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실제 테러가 일어난다면 외부세력보다는 국내 과격파에 의해 저질러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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