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경쟁=AT&T 와이어리스 인수전은 지난해 말 유럽 최대 업체 보다폰이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불이 붙었다. AT&T 와이어리스는 지난달 스스로 입찰에 부쳐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에 인수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레이스에 참여한 업체는 싱귤러와 보다폰, 일본의 NTT 도코모, 미국 5위 업체 넥스텔 커뮤니케이션스 등. 지난 주말 입찰 시한까지 남은 업체는 싱귤러와 보다폰으로 두 업체가 제시한 가격은 380억달러 수준.
AT&T 와이어리스는 입찰 마감을 연장했다. 두 업체의 막판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보다폰이 400억달러가량으로 금액을 높이자 싱귤러는 인수 포기를 시사했다. 16일 오후(미국 동부시간)까지 보다폰이 인수 경쟁에서 승리한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이것은 싱귤러와 모기업인 SBC커뮤니케이션스, 벨 사우스의 완벽한 ‘3각 연막작전’의 결과였다. 싱귤러는 이날 밤 임직원들을 모두 퇴근시켜 보다폰측을 안심시켰다. 반면 SBC커뮤니케이션스와 벨 사우스가 잠든 이사들을 깨워 콘퍼런스 콜 방식으로 극비리에 이사회를 소집했다.
17일 오전 2시. 두 업체 이사회는 AT&T 와이어리스를 410억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승인했고 이는 AT&T 와이어리스측에 통보됐다. 오전 3시경 이 가격을 반영한 계약이 체결됐다.
다음날 아침. 영국 런던에서 느긋하게 AT&T 와이어리스 인수 방침을 최종 확인하려던 보다폰측은 싱귤러의 AT&T 와이어리스 인수 발표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업계 판도=AT&T 와이어리스 인수전이 이처럼 가열된 것은 향후 세계 이동통신업계의 구조 개편 때문.
싱귤러는 가입자 확보 전쟁과 가격 인하 전쟁을 벌이면서 1위 업체인 버라이전 와이어리스와 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생존 차원의 결단이 필요했다. 특히 유럽(영국)업체의 미국 상륙을 저지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싱귤러는 4600만 가입자를 확보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특히 두 회사 모두 유럽형 차세대 이동통신(GSM)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통합 이익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싱귤러는 당초 예상가보다 110억달러를 더 들여 AT&T 와이어리스를 잡는 바람에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 업계는 두 업체의 통합으로 인력 감원과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업체는 통합으로 인한 절감 비용이 2006년 10억달러, 2007년에는 매년 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진 넥스텔이나 스프린트 PCS, T-모바일 등 하위권 업체들의 합병 가능성도 거론될 전망이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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