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신격화=이란 최대 개혁정당인 ‘이슬람이란참여전선’의 당수이자 이란 의회 부의장인 모하마드 레자 하타미를 비롯한 100여명의 개혁파 의원들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16일 사실상의 최후통첩 서한을 발송했다.
이 서한은 “최고지도자가 이란인들의 자유와 기본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공격의 수위를 높이면서 2500여명의 개혁파의 총선출마 자격을 박탈한 혁명수호위원회의 결정을 지지하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맹비난했다.
이란에서 거의 신격화돼온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공개적 비판은 초유의 일이다.
이를 두고 이란의 보-혁 대립이 마침내 금기를 무너뜨린 최악의 상황으로 돌입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개혁파 의원들은 서한에서 “1979년 이란의 대중혁명은 이슬람의 이름으로 자유와 독립을 가져왔지만 이제 당신은 합법적 자유와 권리가 이슬람의 이름 하에 유린되는 체제를 이끌고 있다”고 정면으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정치노선을 문제 삼았다.
개혁파들은 이어 “당신이 감독하는 혁명수호위원회는 지난 4년간 의회와 개혁법안들을 무력화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투표와 출마의 권리마저 박탈했다”고 원색적으로 공격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주도하는 이란 혁명수호위원회는 총선 후보 자격을 심사하고 선거 일정을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 서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란 관영 언론들도 이 서한을 소개하지 않았다.
▽관심 끄는 투표율=개혁파 후보의 대거 불참으로 보수파 승리가 예견되지만 문제는 투표율이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투표율이 20∼30%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테헤란 등 개혁성향이 강한 도시에서는 10%대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총선 보이콧에 가담했던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은 최근 투표 적극 참여를 독려하는 등 개혁파간에 분열 조짐도 드러나고 있다.
하타미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낮은 투표율이 나올 경우 국정에 대한 불신임으로 이어져 최악의 경우 대통령 하야 사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때문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개혁파는 낮은 투표율을 은근히 바라고 있다. 보수파가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선거결과를 무의미하게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인권 변호사 시린 에바디 여사가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17일 선언, 선거거부 운동에 동참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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