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상원의원의 후보 지명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듯했던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구도가 돌변했다.
17일 위스콘신주 예비선거 참패로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경선을 포기하고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이 케리 후보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 경선구도가 '케리-에드워즈' 대결로 압축된 것.
이에 따라 10개 주 예비선거가 실시되는 3월 2일 '슈퍼화요일'에서도 결판이 나지 않고 경선이 더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케리-에드워즈 대결=15승 대 1승이라는 경선 전적이 말해주듯 지금까지는 케리 후보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그러나 양자대결이 되면 판세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 지금까지 후보 지지의 최우선 기준이었던 본선 경쟁력이 위스콘신주에서는 경제와 일자리 다음으로 밀렸다.
게다가 18일 공개된 CNN, USA투데이, 갤럽 여론조사에서 케리 후보(55대 43)와 에드워즈 후보(54대 44)가 모두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이기는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각종 정책과 이슈별 입장이 더 중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때문에 에드워즈 후보는 일자리 문제와 직결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같은 케리 후보와 입장이 다른 이슈를 집중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케리 후보는 NAFTA 표결에 찬성했지만 에드워즈 후보는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두 후보의 강점과 약점=케리 후보는 국가안보와 국정에 대한 경험과 식견, 베트남전 참전에 따른 참전용사들의 지지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미국 최대 노동단체인 노동총연맹-산업별회의(AFL-CIO)를 비롯한 각종 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유리한 점.
그러나 각종 이슈에 대한 일관성 부족과 지나치게 진보적이라는 점, 국방비 삭감 등 국가안보를 경시했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꼽힌다.
에드워즈 후보는 본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무당파 유권자들의 지지가 만만찮고,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남부 출신인 점, 서민 출신의 입지전적 성공 과정 등이 강점.
반면에 초선의원으로 국가안보 등 분야의 경험과 식견이 부족한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딘 후보의 경선 포기=17번의 경선에서 한번도 우승하지 못하고 마지막 승부처로 삼은 위스콘신주에서 3위에 그친 딘 후보는 18일 "나는 더 이상 대통령직을 적극적으로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민주당 후보가 부시 대통령을 물리치는 것을 돕겠다"고 약속했지만 투표용지에 자신의 이름을 계속 남겨두고 전당대회에 대의원도 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의 대통령 선거운동은 끝났지만 변화를 위한 우리의 운동은 끝나지 않았다"면서 "민주당과 미국을 변화시키기 위해 새로운 풀뿌리 조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을 통한 4100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모금과 선거운동으로 민주당 경선에 활기를 불어넣은 딘 후보의 대권도전은 이로써 막을 내렸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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