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의 등에 10cm 깊이로 칼을 박아놓고 조금씩 빼면서, 칼은 여전히 8cm 깊이로 꽂혀 있는데 이를 두고 개선이라니? 타협이라니?”
맬컴 엑스(X). 그는 미국에서 가장 화가 난 흑인이었다.
그에게 양키들은 ‘파란 눈을 가진 악마’였다. 그는 “킹(목사)은 백인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비난했고 “케네디의 죽음은 자업자득”이라고 코웃음 쳤다.
맬컴의 아버지는 백인 테러단체인 ‘KKK단’에 의해 살해됐다. 산 채로 철도 선로 위에 놓여졌다. 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그는 소년원을 제 집 드나들 듯하며 뉴욕 할렘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는 건달이요, 마약중독자요, 뚜쟁이였고, 절도범이었다. 무장강도 혐의로 체포돼 10년형을 선고받은 전과자였다.
미국 흑인 민권운동사에서 맬컴과 킹은 과격한 흑인분리주의와 온건통합주의를 각각 대표한다. 킹 목사는 ‘착한 흑인’이었고 맬컴은 ‘나쁜 니거’였다.
그러나 이들은 생애 마지막에 자신들의 투쟁방식에 한계를 느꼈고, 상대를 인정했으며, 협력을 모색했다. 킹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의 위험을 깨달았고, 맬컴은 “투표권이 아니면 총알을 달라”며 사실상 킹의 합법투쟁을 지지했다.
맬컴은 1964년 “백인들이 사악하게 태어났다는 생각을 버린다”고 선언한다. 정통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 암살된다.
맬컴이 죽기 전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뉴욕 흑인들은 단 6%만이 그를 지지했다. 그러나 흑백차별이 현저히 완화된 지금 84%의 흑인들이 그를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다.
“꼬박 40년이 흘렀건만 백인사회에서 자수성가한 몇몇 흑인들만이 왕(King)처럼 살고 있고, 빈민의 대부분을 이루는 흑인들은 여전히 현실을 부정(X)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흑인들은 미국인이면서 동시에 흑인이라는 ‘두 개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킹과 맬컴은 이 충돌하는 두 개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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