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보수파의 승리=의회 의원 290명을 뽑는 이번 선거는 보수파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신정(神政)체제를 이끌고 있는 혁명수호위원회가 현역의원 80여명을 포함해 2500여명의 개혁파 인사들의 출마를 원천봉쇄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수파는 2000년 총선 참패 이후 4년 만에 다시 의회를 장악하게 된다.
이에 따라 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권력기반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임기는 내년 중반까지지만 헌법상 의회가 대통령과 정부 각료를 탄핵할 수 있어 보수파가 장악한 의회는 사사건건 하타미 정부를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보수파는 이미 군과 사법부를 장악한 상태. 의회까지 수중에 넣게 되면 신정 체제를 강화해 이란 민주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예측 불허의 선거 후유증=보수파의 구심점인 혁명수호위원회가 개혁파의 출마자격을 제한하며 발을 묶어버리자 개혁파는 선거불복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67.2%의 높은 투표율 속에 개혁파가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했던 4년 전과 달리 이번 총선은 어느 때보다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민심도 동요하고 있다는 분석. 특히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대도시의 투표율은 2000년(46.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투표율이 개혁파들의 ‘기대’처럼 극히 저조하게 나타날 경우 총선 무효론과 함께 국민적 저항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수파와 개혁파의 대결이 극한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서방의 한 소식통은 “하타미 대통령을 비롯한 개혁파는 그동안 변화와 개혁에 목말라 하는 국민과 신정세력의 완충역할을 해왔다”며 “개혁파가 몰락하면 곧바로 국민적 저항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란 사법부는 벌써부터 이슬람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판한 개혁파 의원들의 성명을 보도한 이란 일간지 2곳에 정간명령을 내리는 등 ‘공안정국’을 강화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란 보수파는 의회를 비롯한 모든 권력을 손에 넣는 순간 이를 후회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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